“비 내리는 고창 산사와 갯벌”…촉촉하게 젖은 풍경 속 자연의 숨결
요즘 갑작스런 가을비가 내리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흐린 날의 여행이 망설여졌지만, 지금은 빗소리와 촉촉한 공기를 즐기며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이 고창의 새로운 일상이 됐다.
서해 바다와 맞닿은 전라북도 고창군. 이곳에선 산과 바다, 옛 문화와 살아있는 갯벌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선운사, 고인돌, 그리고 넓게 펼쳐진 갯벌까지, 한걸음마다 시간의 결이 느껴진다. 오늘 고창의 하늘은 흐리고 비가 내려 기온은 25.4도, 습도 76%. 그런 날씨 때문에 마을은 더 조용히 숨을 고르지만, 산사의 빗소리와 갯벌의 촉촉한 냄새를 찾는 발걸음은 오히려 잦아졌다.

아산면 도솔길의 선운사는 도솔산 자락에 고요히 앉아 있다. 비에 젖은 전각들, 짙어진 이끼, 사각거리는 괘불대의 소리가 순간을 붙잡는다. 선운사 템플스테이를 신청해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이들도 많다. “비 내리는 날엔 마음이 더 차분해진다”며, 한 참가자는 고요한 산사에서의 명상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고 표현했다.
심원면 하전 어촌체험마을은 바지락과 갯벌, 그리고 바람의 마을이다. 10km 해안선, 전국 최대 바지락 산지인 1,200헤타르 갯벌엔 꽃게와 골뱅이, 소라는 물론 생태 체험을 찾는 가족들과 아이들로 섬세한 활기가 돌았다. 갯벌 위에 발을 올려놓고 조용히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볼 때마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뭔지 알겠다”는 반응도 많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고창 하전마을은 ‘아름다운 어촌 100’에 꼽히며, 연간 4천 톤이 넘는 바지락이 채취된다. 지역 관광 관계자는 “고창의 매력은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라며 자연과의 동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빗길을 걸으며 묵은 생각이 씻겨나간다”, “아이와 함께 체험마을에서 보낸 하루가 선물 같다”며, 사람들은 더 이상 비 오는 날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저, 느긋하고 조용한 시골 풍경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를 채우는 것이 오히려 여행의 진짜 의미가 됐다.
결국 고창의 빗속 풍경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삶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