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인정”…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특검 출석,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실타래 풀릴까
채상병 순직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12일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VIP 격노설을 둘러싼 입장 번복과 수사외압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계환 전 사령관은 이날 오전 10시 6분경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대통령 격노를 알면서도 왜 모른다고 했나", "입장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사령관은 특검 사무실 도착 후 시위 중이던 해병대예비역연대에 한차례 막혀 입구를 되돌아가는 상황도 연출됐으나, 이후 곧장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사령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피의자 신분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채상병 사건 초동 조사 당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VIP 격노설을 처음 전달한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키맨’으로 거론돼왔다. 앞서 특검은 지난 7월 7일과 17일 두 차례 김 전 사령관을 소환해 조사했고, 같은 달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특히 김 전 사령관은 특검 조사 초기 VIP 격노설 진술을 거부하거나 내용 자체를 부인했으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입장을 바꿔 격노설을 인정했다. 이번 세 번째 출석에서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의 진술 변화 배경과 함께 채상병 사건 수사 진행 과정, 외압 정황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육군 소장)도 이틀째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에 임했다. 직권남용과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박 소장은 지난해 7∼8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참모 역할을 하며 수사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박 소장은 특검 출석길에 "제56사단 장병 여러분께 사단장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저는 어떻게 보면 '애순이'라는 군을 위해서 '관식이'처럼 열심히 살아왔다. 앞으로 이 난관을 진실되게 헤쳐나가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채상병 사망 사건의 혐의자를 줄이라고 압박하신 것이 맞나"라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특검에서 잘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박 소장은 2023년 8월 김 전 사령관 및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팀에 혐의자를 줄이라고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날 위증 혐의로 국회에 고발된 멋쟁해병 구성원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송호종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부장, 사업가 최택용 씨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언 과정에서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 내 '삼부'의 의미를 놓고 위증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 두 사람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송 전 부장 변호인은 출석 전 "위증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삼부'가 골프를 의미하냐는 질의에도 "맞다. 위증 없다"고 밝혔다. 최씨 역시 "국회 증언 앞두고 논의한 적 없으니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특검 조사와 관련해 여야는 각기 다른 입장이다. 여권 일각에선 "특검이 지나치게 사법적 관점에 집착해 군 사법체계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우려를 쏟아냈고, 야권은 "김 전 사령관의 입장 번복과 VIP 격노 인정으로 특검 수사의 정당성이 확보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채상병 순직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 논란, 군 기강 문제, 정무적 책임론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국회는 채상병 사건 관련 위증 의혹 및 수사외압 혐의자 진술에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으며, 특검 사무실 앞 집회와 정치권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검팀은 향후 추가 소환조사와 구속영장 재청구 등 수사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