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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상승”…국제유가, 이란 핵협상 난항에 사흘 만에 반등
경제

“0.5% 상승”…국제유가, 이란 핵협상 난항에 사흘 만에 반등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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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멈추지 않을 듯 이어지던 하락세를 이내 멈추고, 나흘 만에 반등을 연출했다. 그 중심에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협상 교착 상태가 다시 한 번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자극하며 시장의 시선을 뒤흔든 배경이 놓여 있다.

 

23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장보다 0.33달러, 즉 0.54% 상승한 배럴당 61.5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0.34달러, 0.53% 오른 배럴당 64.78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20일 이후 처음으로 두 유종이 나란히 부드러운 반등 흐름을 만들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 / 연합뉴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 / 연합뉴스

그러나 시장이 단순히 옅은 회복세에 안주하기엔 어려운 조건이 겹쳐 있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EU 관세’ 위협 발언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며, 유가는 한때 2% 가까이 미끄러지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EU와의 교역에 50% 고율 관세를 제안한다”고 밝히며, 오래 묵혀진 미국-EU 간 무역 불안의 씨앗을 다시 틔웠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EU는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다. 관세 압박은 세계 경제 전반의 둔화 관측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불확실성이 시장 심리에 그림자를 드리우자, 투자자들은 다시금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사이 다섯 번째 핵협상은 별다른 진전 없이 막을 내렸다. 협상을 중재해온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이 본인 엑스(X)를 통해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결정적 성과는 없었다”고 전한 점은, 향후 며칠 내 논의의 추가 분수령이 닥칠 것이라는 기대와 불안을 상존하게 한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협상 전망이 녹록지 않은 만큼, 만일 회담이 결실없이 끝난다면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 논의까지 진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는 이란 핵협상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미국의 보호무역 강경 발언이 동시에 부담이 된 흐름이다. 미국과 이란 협상이 한 발짝을 내딛을 수 있을지, 트럼프 대통령의 EU 관세 선언과 무역 관계 변화가 현실화될지는 뒤따르는 시장의 맥박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지금의 유가는 국제 지정학과 글로벌 교역 질서, 정치적 신뢰라는 거친 파도 위를 항해하고 있다. 앞으로의 변화는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의 삶에서 연료비와 물류 환경, 환율까지 파급되리라 예견된다. 각국의 정책 결정과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에 대비해 시선을 넓혀야 하는 시점, 이번 주 내 협상 재개와 주요국 정책 일정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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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이란핵협상#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