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9회, 대타 두 방”…롯데, 키움전 극적 역전승→3위 굳건
누가 봐도 끝난 듯했던 경기, 그 옅은 패배의 기운을 롯데 자이언츠가 한순간에 걷어냈다. 9회 2사 1, 2루, 벤치는 침묵 대신 믿음으로 대타 카드를 던졌고, 전준우와 김민성의 배트가 고척의 분위기를 갈랐다. 한 점 차의 벼랑 끝, 연달아 쏟아진 안타 한 방 한 방에 관중의 숨결도 가늘어졌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8월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격돌은 3-2, 롯데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결과로 롯데 자이언츠는 2위 LG 트윈스와의 4경기 차를 유지하며 3위를 지켰다. 기세는 키움 히어로즈가 먼저 잡았다. 1회말, 이주형이 2사 1, 2루에서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빠른 선취점을 올렸고, 이 흐름은 경기 내내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그러나 6회초 박승욱이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2루타로 1점을 만회했고, 이후 롯데 타선도 차근차근 기회를 엿봤다. 9회초,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대타 전준우가 중전 적시타로 균형을 맞춘 뒤, 김민성까지 대타로 나서며 1루수 키를 넘기는 극적인 역전타를 뽑아냈다. 한 경기에서 2명의 대타가 연이어 결승타를 날린 순간, 고척스카이돔의 응원과 탄식이 뒤섞였다.
키움 히어로즈 선발 김윤하는 5이닝 2안타 1실점으로 제몫을 다했으나, 불펜진 마무리 과정에서 팀 승리가 무너졌다. 특히 김윤하는 이날 패전으로 지난해 8월 7일 SSG 랜더스전부터 이어진 KBO리그 선발 연패 신기록인 16연패(11패) 타이에 도달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선발 연패 타이 기록으로, 장시환의 19연패(2023년), 심수창의 18연패(2011년) 다음 순위를 기록하게 됐다.
네아수 수비 시프트, 양 팀 불펜의 긴장감, 경기 막판 전술 변화까지 모든 변수가 교차하면서 승부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로 가려졌다. 롯데 벤치의 과감한 결단과 대타진의 집중력이 역전 드라마의 열쇠가 됐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손에 땀을 쥔 승부에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한밤의 고척스카이돔, 무너진 키움 선수들의 표정과 달리 롯데 더그아웃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날 승리로 2위 추격을 이어가며 시즌 후반부 레이스에 탄력을 받았다.
승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또 다른 각오가 스며들었다. 치열함과 감동이 교차하는 시간, 내일의 기적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 역시 뜨겁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