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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F15, 교감신경까지 키운다”…가톨릭대, 비만 치료 패러다임 전환 예고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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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F15(성장분화인자15) 호르몬의 기능이 에너지 소비 촉진을 넘어 교감신경 성장 및 발달까지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김지윤 교수팀은 GDF15가 교감신경계 발달을 활성화해, 지방세포 에너지 소비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작동 원리를 새롭게 밝혀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의 판도를 바꿀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김지윤 교수 연구팀은 2025년판 국제 학술지 ‘실험 및 분자의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GDF15가 단순히 교감신경의 에너지 소비 신호를 증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신경계 자체의 성장과 재생산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물실험을 통해 지방조직 내 교감신경 밀도 증가와 체온 조절, 에너지 소비능력 상승 현상을 확인했다. 반대로, GDF15 유전자 결핍 쥐에선 교감신경 저하와 에너지 소비 감소가 관찰됐다. 또한 GDF15 수용체(GFRAL)가 단순히 뇌에만 한정되지 않고 말초 신경계에도 분포함을 새롭게 규명했다. 이는 기존 연구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말초-중추 이원적 작동 경로’의 존재를 시사한다.

GDF15는 식욕 억제 및 지방 연소 촉진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교감신경세포 성장, 즉 신경계 구조 자체의 재설계를 통한 장기적 에너지 소비 증가로, 기존 방식과 명확히 구분된다. 기존에는 ‘액셀 페달’ 역할(즉각적 에너지 소비 신호 제공)로만 이해됐으나, 이번 성과를 통해 ‘엔진 증설’ 역할(신경 구조 개선 및 대사 시스템 고도화)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비만 치료의 시장 현장에서는 기존 약물의 한계로 ‘효과 지속성 저하’ 문제가 빈번하게 거론된다. 이에 따라 GDF15 기반 신약은 교감신경 구조를 근본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중장기적 체중 관리, 에너지 대사질환 예방·치료에 적합한 맞춤형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산업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도 GLP-1 유사체·GDF15 계열 신경 대사조절 약물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번 발견은 미국, 유럽 주요 제약사들의 핵심 연구 전략에 변화를 요구할 전망이다. 특히 GFRAL 수용체가 말초 신경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존 ‘뇌 중심 타깃 전략’과 달리 장기 안전성 및 치료 범위 확장이라는 직접적 시장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NIH, 유럽 ETH 등도 GDF15 및 그 신경계 경로를 활용한 대사 질환 치료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편 국내외 정부 및 규제기관은 신경 대사 기반 신약의 전임상·임상 데이터 기준 강화, 맞춤형 환자군 분류를 위한 유전체 분석 연계 추진, 장기 부작용 감시 체계 마련 등 안전성 및 윤리성 확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생명정보 보호와 실제 임상 적용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뇌-신경-에너지 대사 고리를 해부한 학문적 진전인 동시에, 장기적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여 비만 등 대사질환의 근본적 예방·치료가 현실화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GDF15 신경 성장 기전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 구도에 어느 정도 변화를 일으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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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gdf15#교감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