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행정통합 우려 확산”…국회 과방위, 연구현장과 소통 강조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행정통합 추진을 둘러싸고 연구현장과 정치권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연구자들이 연구 지원인력 통합에 반발하며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현장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여야 의원, 노동조합, 출연연 기관장 모두 행정통합에 신중한 접근과 구체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은 “행정통합이 사전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며 “연구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이 구체 계획도 없이 먼저 편성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공통 행정사업은 매우 큰 개혁인 만큼 절차와 현장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 역시 정부의 전략연구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행정통합이 출연연 통폐합을 우려하게 한다”며 “PBS 정책에 대한 새로운 정부 통제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필요성을 짚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도 “과거 연구 현장에서 행정 관련 서류 업무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연구자들이 본연의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NST가 사업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출연연 노동조합의 반발도 이어졌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은 행정통합과 전략연구사업이 과거처럼 관료주도로 결정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PBS 정책 대안이 또 다른 정부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역시 “연구현장 소통 없는 제도 개편은 근본적인 거버넌스 위협”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통합 사업이 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분산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식 NST 이사장은 “전산 통합으로 10년간 약 1500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며 “절감 예산은 직원 복지와 인센티브 확대에 쓸 수 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행정통합은 연구소와 NST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공통 업무 통합으로 업무 효율화가 가능하다”며 “인력 재배치가 연구자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연연 각 기관장들은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단계적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은 “기관마다 상황이 다르니, 일괄 적용보다는 효율성을 검토한 후 점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은 “공통사업 이후 인력을 연구 지원에 바로 투입해야 내실 있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도 “기관별 특수성과 현장과의 거리 문제 등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국회는 출연연 행정통합 제도 도입과 관련해 현장과의 지속적 소통, 제도 개선의 단계적 시행 필요성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부와 정치권은 향후 연구현장 의견 청취 및 제도 설계를 꾸준히 논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