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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대신 시간당 폭우”…제주·남해안 집중호우에 긴장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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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대신 시간당 폭우”…제주·남해안 집중호우에 긴장 감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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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내리는 폭우가 낯설지 않다. 어느새 태풍보다 무서운 건 길을 막는 비의 벽, 그리고 속수무책 젖어드는 일상의 소음이 됐다. 휴가철이 한창이지만 제주도와 전남, 남해안 곳곳에서는 맑은 하늘 대신 무거운 구름이 머물러 있다.

 

11일 저녁,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제주, 완도, 거문도, 초도 지역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남해안엔 내일까지 100mm 이상의 많은 비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만조 시간과 겹치는 해안가는 침수의 불안함이 커지고, 일부 지역은 시간당 30mm 가까운 집중호우까지 예상됐다. 이맘때면 해수욕장과 해변이 북적였지만, 이번엔 주민들이 “혹시나” 하며 방재 문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남·경남 지역엔 80mm 안팎, 중부지방도 며칠 새 다시 비 소식이 겹치며 저기압이 동반되면 강한 호우가 올 수 있다고 한다. 매년 겪는 여름 비, 하지만 체감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온몸에 와 닿는 습도, 갑자기 길이 막히는 경험, 어른들도 아이들도 한번쯤은 “이런 날씨, 예전엔 몰랐어” 하고 말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여름 기후의 변동성을 ‘새로운 일상’이라 읽는다. 한 기상학자는 “폭염이 가셨다 해도 마음을 놓긴 이르다. 지역별 극단적 기상 현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SNS와 커뮤니티엔 “비만 온다 하면 한 번씩 긴장한다”, “예전엔 맑음이 당연했는데, 이제 비 예보에 덜컥 겁이 난다”는 고백이 종종 올라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휴가지만 우산 대신 장화를 준비한다”, “침수 문자에 잠도 설친다”는 일상 속 풍경이 자주 읽힌다. 최근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사라졌지만, 광복절 연휴가 지나도록 한낮 기온은 30도를 계속 웃돌 전망. 사람들 머릿속에는 “비는 잠깐이고 더위는 다시 올 거야”라는 막연한 불안이 겹쳐 있다.

 

폭우도, 더위도, 일상은 피하지 못한다. 그만큼 올해 여름의 시간은 해마다 다른 풍경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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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호우주의보#남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