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자동부의 폐지안 왜 미적지근한가”…더불어민주당, 전 정부 거부권 법안엔 속도전
예산 자동부의 폐지안과 관련해 정치권의 온도차가 뚜렷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됐던 법안들에 대한 재처리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 재추진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맞섰던 법안 처리 절차를 두고 이번 정국에서 다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핵심 원내 관계자는 국회에서 “올해는 현행 법에 따라 예산 및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회법 개정안 논의와 관련해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사실상 예산 자동부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우선 법 절차를 준수한다는 당내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법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정부 예산안 원안과 부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규정한다. 지난해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자동부의 조항을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부자 감세 등 쟁점 법안도 그냥 정부안대로 넘기는 건 잘못”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무위로 돌아갔다. 한 총리는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반박했고, 법안은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던 방송 3법, 농업 4법, 지역화폐법, 상법 등 다수 법안 재처리에는 속도를 높이며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야당 시절 국회법 개정안은 적극 추진했으나, 정권교체 이후 여당이 된 현재에는 예산 자동부의 폐지 문제엔 소극적으로 전환한 모양새다.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 역시 이 같은 변화에 힘을 보탰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세법 개정 등 이번 정기국회 핵심 과제와도 직결된다고 분석한다. 실제 민주당은 ‘조세 정상화’ 명분 아래 부자 감세 철회를 위한 법인세 인상 등 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에서는 “여당이 되자 국회법 개정안엔 미온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개혁 의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지만, 민주당은 예산 및 부수법안 처리와 세법 개정에 우선적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는 예산 자동부의와 국회법 개정, 세법 개정 문제를 두고 신구 권력 구도의 조정 국면에 들어선 분위기다. 정치권은 예산안·세법 개정 처리를 둘러싼 여야 논의가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