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법무장관, 검찰 수사 외압 정황”…엄희준 검찰 녹취 파문 확산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정면으로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두고 검찰 지휘부에 강한 불만과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23일 공개한 28분 분량의 녹취에는 현직 검사들의 날 선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수사팀 내부 갈등과 인사 불이익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정국의 또 다른 긴장 요소로 떠올랐다.
녹취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던 엄희준 검사는 문지석 검사에게 "박성재 장관이 부천지청장 잘못 보냈다고 검찰국장한테 쌍욕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엄 검사는 이어 "법무부, 대검에서 난리가 났었다"며, "내가 검사장 승진은 포기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따를 것을 알면서도 수사팀을 믿고 지원했다는 언급도 담겼다. 그는 "개인적 이익을 희생하고 수사팀을 믿어주고 했었는데, 법무부 장관이 길길이 날뛰는 걸 봤다"고 했다.

특히 엄 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수사 압박 외에도 본인의 승진 라인·검찰 내부 인사 부작용까지 실명으로 토로했다. 녹취에는 "내가 윤석열 정부에서 잘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느냐"며 "민정수석 사건을 하지 말라고 했었겠지"라는 대목도 있었다. 엄 검사는 "쿠팡 사건에서 허위 공문서 감찰 요청이 인간적인 도리냐"며, 자신과 수사팀의 처지를 토로했다. 당시 검찰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홍철호 전 정무수석의 지인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모임에서 치킨 상품권을 기부한 사건을 두고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정부 핵심 권력이 자신의 인사와 관련된 사건에서 노골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찰 내 의견 충돌일 뿐, 수사 압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녹취 파장에 따른 감찰·수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분분해, 조직 내 긴장감이 이어졌다. 한 검찰 간부는 “의혹이 사실이면 조직 신뢰를 훼손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논란은 문지석 검사가 국회에서 상급 검사들의 무혐의 지시와 압력 의혹을 공개적으로 증언하면서 확산됐다. 지난 5월, 문 검사는 대검찰청에 엄희준 전 지청장과 김동희 전 차장검사에 대한 공식 감찰과 수사를 의뢰했다. 다만, 해당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회의 진상 규명 움직임이 맞물리며 정국 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국회는 대통령실 관련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도 감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향후 정치권과 법조계의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