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통기획이 불통기획 됐다”…더불어민주당, 오세훈 정비사업·광화문 정책 동시 압박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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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정비사업과 광화문 광장 조성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민심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이 주택 정비사업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제도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동시에 광화문 광장에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 사업을 겨냥해 군사주의적이고 외세 의존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속도 잃은 신통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을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신속통합기획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한 의장은 오세훈 시장이 재임 이후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실적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장은 “오 시장은 취임 후 신통기획을 앞세워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착공에 들어간 곳은 224개 정비구역 중 단 두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심의에 수백개 사업이 몰리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한번 사업이 지연되면 1∼2년씩 밀리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된다”고 했다.

 

그는 정비사업 권한 분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의장은 “일정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은 기초단체에 선별적으로 권한을 이관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 중심의 정비사업 관리 체계를 분산해야 사업 지연과 행정 병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토론회를 주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신속통합기획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세에 가세했다.  

천 의원은 “신통기획은 추진력을 잃고 속도와 실효성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있고, 그 권한을 처리할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례나 법령 개정을 통해 필요하면 한시적으로 자치구 권한 이양을 시행했다가, 추후 다시 제도화하고 정착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참석해 오세훈 시장의 도시·주택 정책을 집중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정 견제를 통한 대안 세력 부각 전략이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오 시장의 민간 주도 공급론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얘기라며, 양질의 공적 주택을 대량으로 속도감 있게 공급해야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민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 셈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신속통합기획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주택 정비 정책인 신통기획이 사실상 불통 기획으로 드러났다”며 “서울시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주택사업 관리 체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 효율을 위해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일부 행정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해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권한 확대 필요성을 호소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발제에서 자치구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 확대를 제안했다. 정 구청장은 “조례 개정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권자를 자치구청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며 “정비구역 지정권만 부여되면 불필요한 절차 없이 즉시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선 정비사업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구체적 기준도 거론됐다. 참석자들은 세대수 1천세대 이하, 정비구역 면적 5만 제곱미터 이하 등 일정 규모 미만인 사업 가운데 단일 자치구 내에 위치하고 지하철역 등 광역 기반 시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울시가 대형·광역 영향 사업을 중심으로 맡고, 소규모·생활밀착형 사업은 자치구가 담당하는 이원화 모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비사업을 둘러싼 공세와 별개로 광화문 감사의 정원 사업에도 집중 포화를 이어갔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외국 군대 의장대 사열 자세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상징성과 예산 집행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외국 군대의 의장대 사열 자세를 본떠 받들어 총 모양 조형물을 설치하겠다는 건 광장의 정체성을 군사주의적이고 외세 의존적으로 퇴색시키는 행위이자 명백한 예산 낭비”라며 “지금이라도 조성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이 갖는 민주주의·시민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이 군사적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감사의 정원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도 절차적 적정성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쟁점은 서울시와 야당을 넘어 정부와 서울시 간 조율 문제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방문한 뒤 사업이 법적·절차적으로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과 연계된 상징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관리·점검 필요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 공략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한강버스, 종묘 앞 재개발 논란에 이어 신속통합기획과 감사의 정원까지 비판 대상으로 삼으면서, 오세훈 시장의 도시 브랜드와 정책 역량을 전방위로 흔들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아직 이날 토론회와 논평에 대한 구체적 반박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정비 구역별 맞춤형 계획을 수립해 장기적으론 공급 기반을 넓히겠다는 논리를 강조해왔다. 감사의 정원 역시 감사의 날을 기념하고 국가 기여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취지로 설명해온 만큼, 향후 세부 설계 조정이나 설명 보완 여부가 주목된다.

 

국회와 정치권은 앞으로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을 위한 법령·조례 개정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광화문 광장 조성 방향과 상징물 설치 문제도 중앙정부와 서울시, 여야가 맞물려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회는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서울시 도시계획과 공공공간 조성 사업에 대한 점검에 나설 계획이며, 서울시는 야당과 정부의 문제 제기에 대한 해명과 대안 제시를 요구받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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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오세훈서울시장#신속통합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