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면, 단단해진 소년들 흔들리다”…이재준·최현진, 성장의 잔상→관객들은 그 여운에 머물렀다
강렬한 햇살 아래 세 아이의 서로 교차된 시선이 맑게 번진다. 소년들은 새로운 신발을 잃고, 낯선 동네에 들어서며, 조심스러운 첫인사와 함께 설렘을 안고 성장의 경계에 선다. 이들은 평범한 하루를 천천히 공유하며, 일상의 작은 파문이 처음 만난 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흔적이 된다.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은 서울에서 소도시로 이사해 온 초등학생 기준이 겪는 낯섦과 불안, 그리고 동네 아이 영준, 영문과 만나게 되는 변화를 따라간다. 기준은 진학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사한 이후, 아직 학교에 가기도 전 무심히 소중한 신발을 잃는다. 이 작은 흔들림은 곧 동네에서 거칠게 소문난 형제 영준, 영문과의 얽힘으로 이어진다. 도난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의심했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고, 오해의 틈을 좁혀가며 서서히 마음을 연다.

기준은 점차 영준, 영문 형제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면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의 저편을 경험한다. 반복되는 상처와 침묵, 그 사이에서 내면의 불안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끝내 숨은 연대와 이해로 번지고, 여름에는 성장의 따사로운 온기가 번져간다. 달라진 세계, 새로운 친구들과의 경험이 쌓이면서 소년들은 익숙한 질서마저 조용히 뒤흔드는 진짜 변화를 맞이한다.
연출은 장병기 감독이 맡았다. 그는 ‘맥북이면 다 되지요’, ‘미스터 장’ 등으로 감수성 짙은 연출을 선보여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예민한 시선과 현실적인 결, 아이들의 호흡을 세심하게 잡아내며 ‘여름이 지나가면’은 독립영화의 미덕을 집약했다. 2024년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 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을 받아 관객과 평단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어린이들이 사회의 계급과 편견에 순응하거나 배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서늘하게 비춰내 넥스트링크상을 수상했다.
특히 왓챠피디아,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도 “‘파수꾼’보다 더 서글프고, ‘아무도 모른다’보다 거칠다”는 평가, “올해 최고의 한국 독립영화 중 한 편”, “에드워드 양 영화의 선까지 닿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영화는 어둠을 지나온 아이들의 미세한 눈빛과 침묵 속에 쌓인 내면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면서, 진짜 연대와 이해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스크린을 관통하는 소나기 같은 성장통이 끝날 무렵, 관객은 상실을 견디고 나아가는 작은 아이의 용기를 조용하게 마주한다.
이재준, 최현진, 최우록, 정준, 고서희, 강길우 등 신선한 얼굴들이 섬세한 연기로 각 인물의 흔들림과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잡아냈다. 세 아이가 뒤섞인 이 여름의 이야기는 한낮의 바람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관객을 성장의 자리에 머물게 한다.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은 내달 9일 극장에서 공식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