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주사로 5분 치료”…J&J, 항암제 혁신 경쟁 가속
피하주사(SC) 기술이 항암치료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5시간이 소요되던 정맥투여 방식을 5분 이내로 줄이는 새로운 제형이 등장하면서, 환자 편의성과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에서 승인받은 데 이어, 존슨앤드존슨(J&J)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역시 연내 FDA 승인을 대기 중이다. 업계는 SC 제형 출시를 ‘항암제 시장 구조 재편’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J&J는 2024년 4월,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피하주사 제형을 유럽에서 승인받았다. 현재 미국 FDA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알테오젠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MSD의 키트루다 큐렉스 역시 식약처와 FDA 인증을 획득해 SC 시장 확산에 불씨를 댕겼다. 리브리반트는 기존에 정맥주사(IV)로 약 5시간 이상 걸리는 투여 방식이었지만, 피하주사(SC) 제형은 5분 이내로 투약을 끝낼 수 있다. 최근 3상 임상시험에서 SC 방식이 IV 방식 대비 효능 저하는 없으면서, 주입 관련 부작용(Infusion Related Reaction)을 5배 줄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피하주사는 바이오의약품을 피부 아래 지방층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정맥주사에 비해 절차적 복잡성이 낮고, 인퓨전 센터 등을 거치지 않아도 가까운 의원에서도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알테오젠의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ALT-B4)’처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의 효소를 활용하면, 원래 정맥투여 전용으로 개발된 대형 분자 약물도 1~2분 내 피하주사로 전환된다. SC 제형의 경우 3주마다 1분 주사, 혹은 6주마다 2분 주사 등 투약 옵션이 다양하다.
이 기술은 항암치료 현장의 인력·시간 부담을 대폭 낮춘다. 기존에는 수액 준비, 정맥 확보, 모니터링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으나, SC 제형의 경우 환자가 장시간 병원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미국 등 주요 의료시장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도 투약 환경으로 활용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에서는 알테오젠이 MSD와 기술수출한 '키트루다 큐렉스', 유한양행이 J&J와 손잡은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 등 대형 파트너사를 확보하며 전략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알테오젠의 기술은 정맥주사·피하주사 전환 자동화 솔루션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SC 허가 성과가 주가에도 반영됐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암젠,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도 SC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피하주사 바이오의약품 인증 심사 역시 기존보다 단축되는 추세다. 이번 J&J의 승인 지연은 임상 데이터가 아니라 행정적·절차적 보완 요구(CRL)가 원인으로 알려지며 연내 승인 기대감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신규 제형의 등장에 따라 투약 프로토콜, 약가 정책, 환자 접근성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FDA와 EMA 등 규제당국은 SC 제형의 임상 데이터 기준, 시판 후 모니터링 강화 등을 논의 중이다. 데이터와 임상 현장 결과가 축적될수록 산업 구조 변화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피하주사 기술이 항암제 치료 환경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며 “기술·규제·시장 전반의 변화가 실제 현장에 뿌리내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