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바이오 판도 바꾼다”…국내 기업 3곳 톱10 진입
비만 및 당뇨 치료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의 판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근 시가총액 기준 세계 상위 바이오 기업 10곳 중 3곳에 한국 기업이 진입하며, 국내 바이오 산업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이번 순위를 ‘K바이오 경쟁력 증명과 비만 치료제 시장 급부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는 비만 치료제 개발사의 약진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4년 6월 미국 불핀처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 부문 1위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2182억2000만 달러), 제약 부문 1위는 미국 일라이 릴리(8053억4000만 달러)가 나란히 차지했다. 두 기업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2위 리제네론과의 시총 격차도 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번 순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5위), 셀트리온(6위), 알테오젠(8위)이 글로벌 바이오 톱10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국내 기업은 항체의약품 위탁생산(CMO),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차세대 단백질 의약품 혁신 기술로 시장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형 글로벌 제약사와 CMO 계약을 연속 수주하며 시장 신뢰를 확고히 했다. 셀트리온 역시 트룩시마 등 해외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
중국 기업도 100위권 내 시총 상위에 다수 포진, 글로벌 시장 내 바이오 분야 경쟁 심화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SK바이오팜(36위), HLB(47위), 펩트론(51위), 파마리서치(64위), SK바이오사이언스(74위) 등 국내 바이오 신흥 강자들도 순위권에 올랐다.
반면, 제약 기업 부문에서는 국내 기업이 아직 10위권 내 진입에 도달하지 못했다. 글로벌 1위 일라이 릴리와 2위 존슨앤존슨, 4위 아스트라제네카 등 기존 빅파마의 절대적 경쟁력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유한양행(60위), 한미약품(76위) 등 일부가 100위권을 지켰다.
업계에선 GLP-1 계열 치료제가 의약품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톱10 진입을 “신약개발 및 생산 역량이 본격 경쟁 국면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바이오 헬스 산업 판이 비만·당뇨 치료제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경쟁과 제휴, 기술혁신의 속도가 실제 시장 재편을 좌우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