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AI 허브 목표”…SKT, 대규모 데이터센터·제조 AI 본격화

AI 인프라 기술이 한국 IT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신임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최근 열린 ‘AI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국을 아시아 최대 인공지능(AI)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핵심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DC) 확장,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제조 혁신을 위한 AI 클라우드 등 전방위 투자다. 업계는 이번 발표가 네트워크 기반 AI 인프라 경쟁의 본격화 신호탄이자, 제조·에너지·클라우드 분야를 잇는 산업 지형 재편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SK텔레콤은 기존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1GW급으로 확대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오픈AI·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센터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10월, SK그룹과 오픈AI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서남권 지역 AI DC 설립이 추진됐으며, 정부와 지자체, 해외 AI 선도업체와의 협업 체제 역시 강화되는 추세다. 회사는 수도권, 경남에 이어 울산에 제3 거점을 추진하고, 글로벌 자본 유치를 통한 ‘아시아 허브’ 기반을 확장 중이다.

실제 2024년 울산 AI 데이터센터 신증설에 이어,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AI 특화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SK이노베이션과 베트남 DC 사업을 진행하며, LNG 발전소의 냉열 에너지를 데이터센터 냉각에 적용하는 등 에너지 최적화 해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해외 제조·에너지 비즈니스와 동시 진출 전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기술과 AI 네트워크의 융합이다. 정 CEO는 “AWS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SK텔레콤 통신 인프라를 결합해 에지 AI와 AI-RAN(지능형 통신망)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지 AI는 기지국 혹은 에지 서버에서 데이터를 바로 연산 처리해 초저지연·고보안의 AI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며, 엔비디아 등과 협업하는 AI-RAN은 설계단계부터 AI가 적용된 네트워크로, 제조·물류 등 산업 자동화의 핵심 토대가 되고 있다. 실제 전국 단위 통신 인프라가 차세대 AI 서비스 구현의 ‘병목’을 해소하는 무기가 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SK텔레콤은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에너지 등 SK그룹 제조사에 AI 및 디지털 트윈 기반 솔루션을 공급, 산업 현장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 RTX PRO 6000 GPU 2000장 등 대규모 GPU팜을 도입하고,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정 CEO는 “엔드 투 엔드 AI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합 지원하며, 자체 클라우드 구축 기업으로서는 아시아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도 격화 중이다. 미국, 중국 등은 AI DC와 네트워크, 제조를 통합한 ‘AI 인프라 허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AI 데이터센터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영기업과 빅테크 합작으로 전국 단위 AI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SK텔레콤 전략은 국내 통신사로는 최초로 동남아 진출과 글로벌 AI 최적화·운영 사업자 도약을 공언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의를 가진다.

규제와 에너지, 환경 문제도 주요 변수다. 데이터센터 대형화 과정에서 전력수급 문제와 천문학적 비용, 온실가스 감축 등 ESG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AI 육성 정책,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지원책, 에너지 효율 규제가 실제 인프라 확장 속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네트워크·제조 기반 AI 인프라의 상용화 및 글로벌 확산 능력이 새로운 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 정재헌 CEO는 “AI DC 사업자가 단순한 인프라 제공을 넘어 설계·구축·운영 전 과정을 통합하는 ‘토털 솔루션 공급자’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SK텔레콤 전략이 단순 확장이 아닌, ‘AI 국가대표’ 사업자 도약의 실질적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