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 명동 118억 운명의 문”…게스트하우스→가족의 온기와 새로운 물음표
아직 이른 아침, 명동 거리에 스민 바람이 낯설게 멈춰선 순간 규현의 게스트하우스 건너편 창은 짙은 고요에 잠겼다. 도시 한복판에 남겨진 자리이자 가족의 기억이 녹아든 공간, 규현은 10년 가까이 이 건물을 끌어안으며 음악 밖 또 다른 여정을 써내려 왔다. 활기차던 명동 거리가 의미를 잃어가던 순간, 규현의 선택은 깊은 고민 끝에 내려진 담담한 작별로 다가왔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로 사랑받아온 규현이 명동역 인근 건물 두 채를 96억원에 사들인 건 2014년이었다. 평범했던 빌딩은 전면 리모델링과 가족의 손길을 거치며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재탄생했고, 60실 규모의 객실은 주말마다 만실을 이뤘다. 규현이 예능에서 직접 밝혔듯 “부모님과 누나가 힘을 모아 운영한다”며 가족애를 드러냈고, 객실 수입 역시 주말 사흘만에 1700만원에 육박하며 그의 부동산 감각에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찾아들었다. 코로나19가 덮치자 명동 특유의 북적임은 자취를 감췄고, 규현 가족이 만들어낸 작은 세상 역시 문을 조용히 닫아야 했다. 결국 이 게스트하우스와 뒤편 필지까지 모두 아우르는 건물이 118억원에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꿨던 리모델링의 노력은, 환경과 시간 앞에 다시 무거운 결정을 남겼다.
음악감상실을 닮은 명동의 건물은 규현의 또 다른 무대였다. ‘쏘리,쏘리’ 등 슈퍼주니어 활동과 ‘광화문에서’ 등 솔로로 남긴 히트곡, 그리고 ‘모차르트!’ ‘프랑켄슈타인’ 같은 대형 뮤지컬 무대까지, 늘 조명을 받던 무대 뒤에서 그는 가족과 적막한 계절을 함께 견뎠다. 때로는 화려함 뒤에 숨었던 진짜 온기가, 문을 닫고 다시 또 열어야 할 순간에도 묵직하게 남아 있다.
서울의 한복판, 사람의 온기와 기억이 겹겹이 쌓인 이곳에 시간의 결이 더해지고 있다. 규현이 내린 선택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 그 이상, 가족의 발자취와 새로운 시작의 물음표를 남긴다. 명동 어느 골목에서도, 시간을 비추는 창 너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