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불교 협력 물꼬 조계종이 틀 수 있다”…정동영, 진우스님 만나 교계 역할 강조
남북 화해를 둘러싼 물음이 다시 정국의 중심에 떠올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8월 4일 만남을 갖고, 불교계가 주도하는 남북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고 공동의 뜻을 모았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오전 조계사에서 진우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남북을 다시 평화공존으로 이끄는 위대한 사상”이라며 “불교계가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만남은 최근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지는 국면에서 문화·종교계가 평화 협력의 가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진우스님은 “문화적인 접근을 같이 해주면 더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접근이 되고 그것이 계기가 돼서 화해무드가 빨리 조성되는 데 큰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긍정적 화답을 내놓았다. 이어 “금강산에는 8만 9암자가 있을 정도로 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남북 불교계가 사찰 관광과 공동법회를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그쪽에서 받을 확률이 크지 않을까”라고 공동행사를 통한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진우스님은 또 “당국이 직접 남북 교류에 나서기 곤란한 경우, 조계종 등 종교계를 통해 협력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고 밝혀, 비공식 통로로서 민간 종교 교류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정동영 장관은 예방 이후 취재진에게 “진우 원장스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윈-윈(win-win)’의 철학이 지금 한반도 상황과 딱 맞는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신뢰 회복과 상생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이다.
한편, 정 장관은 최근 군이 대북 고정식 확성기 철거에 나선 데 대해 “대통령의 지시로 확성기 방송이 중지된 그 연장선”이라며 “철거 조처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남북 간 최대 현안은 신뢰로, 이번 확성기 철거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조치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조계종과 통일부의 협력 시도가 향후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민간 종교계와의 협업을 토대로, 남북 신뢰 회복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