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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 산책로와 기암절벽”…옥천에서 만나는 가을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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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 산책로와 기암절벽”…옥천에서 만나는 가을의 고요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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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닮은 옥천의 물길과 숲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조용하다’로만 기억됐던 곳이, 지금은 느리게 머무는 나들이의 일상이 되고 있다.  

옥천군은 대청호를 휘감아 도는 금강 물길과 맑은 하늘, 그리고 낮게 깔린 호수 안개가 연출하는 풍경으로 매력을 뽐낸다. 9월의 햇살 아래 29.6도의 기온과 53%의 습도, 쾌적한 바람은 걷기와 사색을 부추긴다. SNS에서는 천상의정원 수생식물학습원의 연못 인증샷과 부소담악의 장쾌한 절벽 사진이 연이어 올라오고, ‘모처럼 마음이 쉬었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자연을 향한 여행 트렌드에서도 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MZ세대의 60% 이상이 복잡한 도심 대신, 물가를 따라 걷거나 작은 도시로 떠나는 소규모 산책형 여행을 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청호반 산책로처럼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흐르는 공간이 인기다.  

“호수 주위에선 이상하게 숨이 편안해진다. 작은 교회당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방문객 이수현 씨는 고백했다. 부소담악을 찾은 한 커플은 “잔잔한 물결 아래 비치는 바위 그림자를 바라보다 보면, 서로 대화도 천천히 하게 된다”고 느꼈다.  

실제로 기자가 걷다보니, 용암사에 이르면 공기가 달라진다. 쌍삼층석탑 옆,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 앞에서 두 손을 모으는 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사찰의 고즈넉함이 마음을 가라앉혀준다”며, 오늘만은 세상과의 거리두기가 자연스레 된다고 표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새벽 산속에서 일출을 맞이한 여행객들은 “햇살이 고요를 깨는 그 순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부소담악 사진만 봐도 심호흡하게 된다”, “천상의정원 길은 걸을 때마다 내 마음을 넓혀준다”, “용암사 마애불상 앞에선 괜히 나도 내 이야기를 내려놓게 된다”는 공감이 이어졌다.  

작고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옥천의 고요한 자연에 몸을 맡기는 일상이 점점 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리듬을 가르치고 있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은 나를 돌아보며 걷기”—이제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만의 여행 이야기가 돼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옥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옥천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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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대청호#용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