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순방 중 ‘강경 메시지’ 자제”…민주당, 외교 성과 뒷받침으로 방향 선회
검찰개혁, 사법개혁 등 고강도 쟁점 사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한동안 강경 메시지를 이어오다 17일 돌연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정치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참석을 계기로 아프리카·중동 순방에 오른 가운데, 대통령 해외 일정과 여당의 노선 전환이 맞물려 정국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은 분위기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소와 달리 검찰, 사법 관련 현안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외교 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며, 민주당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좋은 성과가 있길 기원한다”고 밝히는 등, 강경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부 지도부 의원이 내란 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한 데 대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애초 취지는 연내 재판 약속을 지키라는 의미였다”며 “지도부 차원의 현재 논의사항이나 의견은 아니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번 여당의 신중한 태도는 최근 민주당이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계기로 검사장 인사와 검사징계법을 둘러싼 격렬한 입장 대립을 이어온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징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평검사 강등 등 고강도 제재도 논의해 왔다. 동시에 사법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법관 징계 강화, 전관예우 근절 등 법원 개혁안도 다뤄진 바 있다.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이 대통령이 순방할 때마다 민주당발 이슈가 대두돼 외교 성과가 국내 현안에 묻힌다는 비판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실제로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에도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 의결을 강행해 논란을 샀고, 10월 말 말레이시아 순방 시기에는 ‘대통령 재판중지법’ 재추진 주장까지 불거졌다.
이후 재판중지법과 사법 리스크가 정국 전면에 부상하자, 대통령실이 이 법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내며 수습에 나선 전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의 ‘자기 정치’ 행보를 둘러싼 당내 비판도 나왔다.
현재 민주당은 대형 이슈의 추가 제시나 논란 종결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소 포기 국정조사 등 현안 역시 “여야 합의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면서도 “끝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박수현 수석대변인)는 공식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같은 여당의 신중 기조 전환이 대통령 해외 순방과 맞물려 일시적 현상일지, 이후 정국 주도전략 변화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향후 대통령 순방 종료 후 이슈 재점화 여부와 국정조사 진행 경과에 따라 강온 전략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