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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 14년 침묵 깨고 스크린 귀환”…중국 무협계 재조명→세대 교체 신호탄
국제

“이연걸, 14년 침묵 깨고 스크린 귀환”…중국 무협계 재조명→세대 교체 신호탄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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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차가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어깨를 스치는 5월, 중화권 대중문화의 상징이자 무협영화의 신화로 기억되는 이연걸이 다시 한 번 스크린 앞으로 걸어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이름은 오랜 투병과 시간을 견디고도 변치 않는 전설의 자리에 남아 있었으나, 어느덧 잊힌 이름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짙은 회색 머리칼과 깊어진 주름 속에서도 검은 눈동자만은 예전처럼 강렬히 빛났다.

 

이연걸의 복귀는 단순한 배우의 귀환을 넘어, 무협영화 자체가 잃어버린 세대를 부르는 깊은 울림과도 같다. 1982년 ‘소림사’로 데뷔한 후, ‘황비홍’과 ‘동방불패’, ‘용문비갑’ 등에서 절정의 무공과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그는, 2010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과 지속된 부상으로 힘겨운 세월을 견뎌왔다. 그 이후 할리우드의 ‘익스펜더블’, 디즈니 ‘뮬란’ 등에서 잠시 얼굴을 비쳤을 뿐, 팬들과 중화권 영화계는 그의 공백에 아쉬움을 금치 못해왔다.

이연걸 / 연합뉴스
이연걸 / 연합뉴스

지금 그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원화평 감독의 신작 ‘표인: 풍기대막’에서 사정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약 14년 만에 진정한 무협의 미학으로 귀환했다. 곁에 선 사정봉과 나눈 무술 장면 하나하나는 마치 세대를 뛰어넘는 인사처럼, 영화의 한 장면에 중국 무협영화의 과거와 미래가 맞닿아 있었다.

 

특히, 지난 세월 그의 건강이 급속히 약화된 모습이 현지 매체를 통해 전해졌고, 팬들의 우려와 슬픔은 위독설과 사망설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이연걸은 고요한 투병과 수행의 시간 끝에 두 딸과 함께 티베트의 포탈라궁을 오르는 모습으로 건강 회복의 신호를 내비쳤다. 미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국적과 삶을 변화시킨 그의 행보는, 한 명의 배우가 아닌 시대와 문화역사의 흐름을 대변한다.

 

중국 영화계는 이연걸의 복귀를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팬덤 역시 그의 귀환에 환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새 영화 ‘표인: 풍기대막’은 전통과 혁신, 회고와 도전이 교차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사회는 이연걸이 일으킨 무협 신드롬이 중화권을 넘어 또 한 번 세계 영화계에 신선한 파문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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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사정봉#표인풍기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