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자 출격 1안타”…김혜성, 연장 접전 맹타→LA다저스 3연승 견인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티필드의 새벽, 마지막 결정구가 허공을 가를 때 모든 시야는 2루에 머물렀다. 단 한 번의 기회, 김혜성은 침착하게 방망이를 내밀었고 뜨거운 안타로 팀의 흐름을 다시 그의 쪽으로 끌고 왔다. 치열했던 연장전의 허리를 관통한 순간, LA다저스 팬들은 기쁨의 환호를 울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25시즌,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24일(한국시간) 뉴욕 시티필드에서 펼쳐진 뉴욕 메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연장 13회 끝 7-5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다저스는 최근 3연승과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1위 자리를 굳게 이어갔다.

김혜성은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5-5로 맞선 연장 11회 대주자로 전격 투입됐다. 투입 이후 곧장 2루 수비를 소화하며 연장 마운드의 긴장감을 더했다. 그리고 연장 13회, MLB만의 무사 2루 규정에 따라 첫 타석에 들어선 김혜성은 특유의 집중력으로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 한 방은 1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1주일 만에 기록한 소중한 안타였다.
다저스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가져왔고, 이어진 김혜성의 안타로 1, 3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안디 파헤스가 희생 플라이로 쐐기점을 올렸으나, 타구를 따라 1루로 돌아가던 김혜성은 아웃 처리돼 더블플레이가 성립됐다. 그럼에도 김혜성의 뛰어난 집중력과 승부처에서의 활약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올 시즌 김혜성은 이 경기에서 1타수 1안타를 추가하며 시즌 타율을 0.395(38타수 15안타)로 상승시켰다. 다저스는 32승 19패라는 탄탄한 성적표로 내셔널리그 서부 선두를 지키고 있다. 라인업에서 깜짝 대주자로 나선 김혜성의 역할 교대가 다시 한 번 결정적 선택이었음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다저스 선발 클레이턴 커쇼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을 맞아 2이닝 동안 삼진 1개, 사사구 1개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으나, 예기치 않은 비로 1시간 30분가량 경기가 중단된 이후 3회 교체됐다. 경기는 승부가 가려지지 않은 긴장 속에서 깊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현지 시간 24일 오전 1시 무렵에야 최종 결말을 맞았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김혜성은 “매 순간 집중했다.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내비쳤다. SNS에는 ‘김혜성의 투혼이 다저스를 살렸다’, ‘VAR 끝에 웃는 다저스’ 같은 팬들의 격려가 이어지며 한밤중의 열기를 더했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탈 수 있었던 승리를 발판으로, LA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 1위 경쟁을 단단히 굳혔다. 다음 경기는 다시 한 번 뉴욕 메츠와 시티필드에서 펼쳐지며, 연승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지 팬들의 기대가 모인다.
새벽 도시의 긴 숨소리, 아직 식지 않은 운동장의 온기 속에서 오늘의 작은 안타가 한 팀의 사기를 지켜냈다. MLB의 계절, 그리고 김혜성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 LA다저스와 김혜성의 다음 장면은 다시 뉴욕 시티필드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