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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흡연-폐암 인과성 쟁점 부상”…담배회사 상대 배상소송→국내 사법 기준 재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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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흡연-폐암 인과성 쟁점 부상”…담배회사 상대 배상소송→국내 사법 기준 재편 주목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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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 주요 담배회사인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청구소송이 22일 항소심 최종 변론을 맞이하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흡연과 폐암, 후두암 간 인과관계에 관한 의료계의 과학적 주장이 법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판결은 국내 사법 기준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건보공단이 2014년 제기한 이 소송은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된 533억 원 규모의 진료비를 담배회사로부터 배상받기 위한 시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이 폐암의 약 85%, 후두암의 약 90%의 원인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국제암연구소(IARC)는 흡연을 1군 발암요인으로 지정했다. 국민건강보험연구원·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전국 13만여 명 장기추적 연구에서도 30년 이상 흡연 시 폐암 발생 위험이 비흡연자 대비 54배, 후두암 발생 위험이 8배 이상으로 확인됐다. 해당 결과는 단순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성의 근거로 학계와 보건의료계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흡연-폐암 인과성 쟁점 부상
국민건강보험공단, 흡연-폐암 인과성 쟁점 부상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를 비롯한 호흡기내과 전문가들은 담배 속 벤조피렌, 니트로사민 등의 발암물질이 유전적 돌연변이를 촉진한다는 정설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금연 시 5년 내 폐암 발생 위험이 40% 감소하고, 25년 경과 시 최대 80% 감소한다는 연구 역시 흡연의 위험성에 객관적 무게를 보탠다. 보험금 배상 청구의 국제적 전례를 보아도, 1998년 미국에서 담배회사들은 각 주정부에 2060억 달러 이상을 지급하기로 했고, 캐나다 또한 흡연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이어졌다. 반면 국내 1심은 흡연과 암 발생 간의 단선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여전히 논쟁의 소지가 남아 있다.

 

보건의료 단체와 학계는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를 근거로, 법원이 선진국 수준의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판례를 감안한 합리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흡연이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담배회사의 설계된 중독 결과임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국내 법체계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책임 기준 및 정책적 방향성에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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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흡연#담배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