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미중 무역합의에도 불안 지속”…월가, 중동 긴장 속 나스닥 하락세→유가 반등 어디까지
뉴욕의 밤은 월가를 감도는 깊은 불안 속에 숨을 죽였다. 거대 광장 화면에는 황금색 봉우리와 함께 낯선 곡선들이 흘러내렸고, 투자의 신경을 타고 온갖 소문과 변수들이 흘렀다. 6월 11일, 미국 증시는 미중 2차 무역협상 합의와 인플레이션 둔화라는 낙관의 실마리에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인 채 약세로 문을 닫았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고요에 가까운 1.10포인트 하락으로 42,865.77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지수는 16.57포인트 내린 6,022.2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9.11포인트 내린 19,615.88에서 멈췄다. 시장이 상승과 하락 사이에서 머뭇거린 이유는 분명하다. 미중이 2차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이루고, 1차 합의의 구체적인 이행 틀에까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거래 초반은 기대에 부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은 모든 희토류를 선지급 방식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희소금속의 족쇄를 풀겠다고 시사한 순간, 시장은 한때 환호성으로 메아리쳤다.

그러나 이러한 숨 고르기도 잠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문가 예측보다 낮은 2.8%로 집계돼 인플레이션 우려를 누그러뜨렸지만, 곧 중동의 사막 바람이 월가까지 차가운 바람을 몰고 왔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주재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에게 철수를 명령했고, 이란에서 들려온 미군기지 공격 위협은 다시 긴장감의 파도를 키웠다. 미중 2차 합의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불확실성 또한 투자심리를 짓누르며, 월가에 감도는 그림자는 짙어졌다.
이날 원유시장은 중동의 미세한 진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강하게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9.77달러로 4.34%,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8.15달러로 4.88% 상승해, 두 달 만에 69달러 선을 다시 밟았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오로지 지구 반대편 사막지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금리 정책의 단초에 맞춰 흔들렸다.
채권시장 역시 인플레이션이 아스라이 누그러진 틈을 타 국채 10년물 금리가 4.42%로 하루 만에 5bp나 하락했다. 이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또 한 번 모락거렸으며, 9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은 29%대로 미끄러졌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무역합의가 실제 경제에 내릴 소나기가 될지, 아니면 먼 훗날 한 편의 신기루로 끝날지를 점치지 못한 채, 중동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의 파고를 더욱 잦게 할 것이라 내다봤다. 미중 간 화해의 손길이 환하게 빛나기에는, 글로벌 지정학이라는 먹구름이 여전히 짙게 드리운 밤이었다.
시장은 올해 남은 내내, 미중 협상의 이행여부와 이란 정세라는 외줄 위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는 촘촘히 얽힌 이 불안정한 균열 앞에서, 언제든 다시 꿈틀댈 파장에 긴장 채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