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예방접종 확대 논의”…ROI 1.6, 사회경제 파장 부각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성인 예방접종 정책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대상포진·RSV(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공개, 성인 예방접종이 질병 예방을 넘어 장기적으로 보건재정 안정에 기여하는 ‘공공투자’임을 강조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고령사회 의료·복지 구조 개편의 방향성”으로 평가한다.
이한길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12일 주한영국대사관 등 주최 ‘2025 헬시에이징 코리아’ 포럼에서 두 성인용 백신의 비용-편익(ROI) 분석 결과를 밝혔다. 유전자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 인구(약 2330만명) 중 80%가 접종할 경우 ROI 1.52로, 투입 비용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이 1을 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RSV 백신은 ROI가 1.65에 달해, 같은 연령 대상 대상포진 예방접종보다 더욱 높은 편익이 기대됐다. ROI 1은 투입 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이 상회함을 의미하며, 실질적 경제성 확보의 근거로 해석된다.

현행 성인 대상 국가예방접종(NIP)에는 인플루엔자·폐렴구균 접종만 포함돼 있다. 나머지 백신은 지방자치단체의 한정적 예산으로 부분 시행되고 있어 지역 간 형평성, 보건소 접근성 차이 등 문제가 거론된다. 특히 2023년 기준 고령층 의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3%에 달하는 가운데, 2035년 30%·2050년 40%까지 늘어날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면 성인 예방접종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대상포진 백신은 영국에서 고령층 전면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일본 역시 혼합형 재정(정부·지자체·개인 분담)으로 2024년 4월부터 지원 범위를 넓혔다. 주요 선진국은 예방접종을 고위험군 보호·감염병 확산 방지·의료비 절감 등 공중보건 관리 수단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반면 국내는 소아 중심의 지원이 지속돼,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 백신을 “선택 아닌 필수”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한길 교수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어린이 위주 지원이었으나, 세계적으로는 성인 대상 NIP 도입이 표준화되는 중”이라며 “혼합형 재정 구조 도입, 장기 로드맵 수립 논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광일 교수 또한 “만성질환 고령자 대상 예방접종 확대가 질병 합병증 및 의료비 부담 경감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성인 예방접종 확대가 고령사회 돌입국의 보건정책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핵심 과제로 본다. 백신이 단순 질병예방 도구를 넘어, 사회 전체 의료비와 재정 압박을 낮추며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비용효율적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영국식 혼합 지불 모델 등 정책 다각화, 중앙정부 주도의 백신 투자 로드맵 마련이 장기적으로 의료·복지 재정의 안정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한다. 산업계는 성인 예방접종 확대 정책의 실제 적용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