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갤러리로 확장한 창작 궤적”…‘편집된 기록’서 미술가 본능 폭발→관객 몰입 유발
초여름을 닮은 부드러운 공기와 함께 이희준의 새로운 예술 여정이 뜨겁게 시작됐다. 배우와 감독의 정체성을 넘어, 그는 이제 미술가로서 또 하나의 생명력을 피워낸다. 갤러리 한복판의 테이블 위, 이희준과 쿤은 각자의 기억과 감정, 이미지, 그리고 마주친 단어들을 펼쳐놓았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은 관객들에게 경계 없는 창작의 세계로 들어오라 손짓한다.
전시 ‘편집된 기록(Edited Records)’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순간들을 ‘편집’하고 재구성해 존재의 흔적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희준이 선택한 방식은 영화와 연기에서 보여준 서사적 감각과 해석의 힘, 그리고 새로운 장르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아낸다. 각각의 기록들은 조각났다가 다시 하나로 엮이며,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묻도록 이끈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이희준이라는 한 인물이 가진 폭넓은 창작 스펙트럼의 확장된 면모가 단연 돋보인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 ‘살인자 O 난감’, ‘나인 퍼즐’에서의 강렬한 존재감, 그리고 영화 ‘귤레귤레’와 직접 각본·연출을 맡았던 ‘직사각형, 삼각형’ 등 다양한 작품에서 축적된 내공이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이희준은 단순히 협업자로 머물지 않고, 배우로 쌓아온 장면 해석력과 감각을 미술가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옮겨 담았다. 이러한 변화는 관객이 느끼는 몰입과 경험의 경계를 허무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
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정체성과 존재, 그리고 예술에서 시간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는 이 실험적 전시는 감각적이면서도 사색적인 울림을 전한다.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이제는 갤러리까지 이희준의 창작 궤적은 예술이 장르를 넘어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치열한 탐색 끝에 도달한 단단한 시선과 따뜻한 기록들이 관객의 기억 속에 새로운 흔적으로 남는다.
이희준과 쿤이 감각의 기록을 새롭게 제안하는 이번 전시는 7월 4일부터 8월 6일까지 호아드 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