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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석유 쏟아지나”…OPEC플러스, 54만7천배럴 증산 결정에 국제유가 하락
국제

“시장에 석유 쏟아지나”…OPEC플러스, 54만7천배럴 증산 결정에 국제유가 하락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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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3일, OPEC플러스(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는 화상회의를 열고 하루 54만7천배럴의 추가 증산을 전격 합의했다. 2년 만의 최대 증산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즉각 약 1% 하락했다. 이번 결정은 전기차 확산, 중국 수요 둔화로 인한 감산 기조를 급하게 접고, 에너지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나선 산유국들의 전략적 전환으로 풀이된다.

 

OPEC플러스는 다음 달부터 생산 쿼터를 대폭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하루 30만배럴을 추가 생산할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에 브렌트유(Brent) 10월물은 1% 하락한 배럴당 69.27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물 역시 0.6% 내려 66.93달러로 각각 마감했다. 증산에 따라 시장에 공급이 늘어난 탓이다.

OPEC+ 54만7천배럴 증산 결정…국제유가 1% 하락
OPEC+ 54만7천배럴 증산 결정…국제유가 1% 하락

조치의 배경에 대해 OPEC 측은 “글로벌 경제가 안정적으로 흐르고, 전 세계 석유 재고도 낮은 수준이어서 시장 펀더멘털이 건전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등 8개 회원국들은 전기차와 중국 소비 부진에 대응, 하루 22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미국(USA), 브라질(Brazil), 캐나다(Canada) 등 비OPEC 산유국들이 이례적 증산 움직임을 보이며 OPEC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위축됐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산유국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의 대표적 증산 결정에 따라 국제 공급과잉 우려가 더욱 짙어지고, 주요 투자은행들은 “향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JP모건·골드만삭스)고 내다봤다. IMF도 사우디 재정 유지를 위해서는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유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석유 소비 약화에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의 생산 증가로 올 4분기에는 하루 200만배럴이 넘는 공급 초과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산유국 주도권을 쥔 사우디가 증산 정책 전환 뒤 재정적자 확대로 압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Russia) 원유에 2차 제재를 시사하면서,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정학적 불안, 미국 관세 정책, 이스라엘(Israel)과 이란(Iran)의 긴장, 여름철 수요 등으로 유가 반등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OPEC플러스의 대규모 증산이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을 유도했으나, 러시아발 제재 등 돌발 변수와 비OPEC의 증산 등이 맞물릴 경우, 향후 유가 변동성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겨울 글로벌 석유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며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시계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관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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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플러스#사우디아라비아#국제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