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트럼프 관세 회오리 속 협상 물살”…차별적 무역장벽 균열 조짐→글로벌 교역의 새 흐름은
5월의 파리, 국제회의가 열리는 고성 내부도 유럽의 단아한 초록과 상반된 인내와 긴장의 빛으로 가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를 향한 50% 관세의 시한을 한여름 7월까지 유예하자, 유럽연합은 오랜 외교적 외줄타기에 숨을 고르며, 무역 대립의 회오리를 뚫고 신속한 협상 국면으로 중대한 전환에 들어갔다. 이달 초 세계무역기구(WTO) 장관급 회의를 무대로, EU와 중국은 다시 한 번 독대를 예고하며 복잡하게 얽힌 세계 무역의 새 지도를 그릴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회동에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이 참석한다. 올해에만 세 번째 얼굴을 마주하는 두 대표는 불과 두 달 전 베이징에서, 또 그로부터 2개월 뒤 화상으로 의견을 모은 이력이 있다. 그리고 다시, WTO 본무대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공식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불확실한 자본 흐름, 환율과 기업 실적에 민감한 금융 시장은 비로소 이 유례없는 만남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EU와 중국이 한목소리로 대미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에 이른 배경에는 미국 행정부가 내세운 ‘무차별적 관세’ 정책이 있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관세 부과 연기를 강하게 요청했고, 미국은 결국 한 걸음 물러섰다. EU는 “협상에 새로운 동력이 생겼다”며 미국과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고, 각국 지도자 역시 담대한 무역 해법 마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조율을 “좋은 전화 통화”로 표명하면서, 전례 없는 트랜스애틀랜틱 무역 협력의 기운을 예고했다. 유럽 각국에서도 연쇄적으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장관,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 등 정상들이 관세 인하와 자유로운 무역을 지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유럽이 집중해야 할 시간은 앞으로 6주. 이 기간 미-EU 간 관세협상은 전 지구적 교역 판도를 바꿀 중대한 결절점이 될 것이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EU 회원국의 제약, 자동차, 첨단기술 업계 역시 미국 관세에 노출된 만큼 향후 협상 결과 하나에 긴장과 기대가 덧입혀진다.
한편, EU와 중국의 고위급 접촉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무역 환경의 지각변동도 예고된다. 대륙을 잇는 대화와 협상, 그리고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촘촘히 교차하는 이 시기, 파리에서 다시 조우할 대표들이 어떤 합의의 빛을 비출지 세계 경제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