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로 치료 저항성 규명”…두경부암 난치 정복 신호탄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기반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이 두경부암의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박영민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팀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와 함께, 두경부암 환자 종양 조직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를 세계 최초로 생성해 항암제 저항성 기전과 핵심 조절 인자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두경부암 오가노이드를 분석해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 31명의 종양세포를 채취해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를 제작한 점이다. 생성된 오가노이드는 실제 종양과 유전적 특성, 조직학적 형태가 일치하며, 장기간 배양 후에도 일관된 특성 보유가 확인됐다. 특히 대표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적용했을 때 오가노이드의 반응이 실제 환자와 동일하게 나타나 향후 예측 및 치료 반응 검증 플랫폼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전체 RNA와 단일세포 RNA 분석을 통해 오가노이드 내 분자 아형과 종양 유전자 발현의 다양성, 즉 전사적 이질성(Transcriptional Heterogeneity)을 세밀하게 밝혀냈다. 기존 환자 종양과 동일한 유전체적 양상이 재현됨으로써, 오가노이드 모델이 최적 약물 선정과 환자별 치료 반응성을 예측하는 정밀 의료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 조직 기반 모델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환자별 분자 프로파일의 차이를 정밀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전략 설계에서의 차별성이 부각된다.
연구팀은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에서 상피세포와 간엽세포 특성이 혼재된 ‘혼합형 상피-간질엽 전이(hybrid EMT)’ 상태가 항암제 내성에 큰 영향을 미침을 확인했다. 동시에 암세포 내부 AREG(암피레귤린) 단백질이 혼합형 EMT 조절에 관여한다는 점도 밝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규 타깃 제시로 평가된다. 기존 두경부암 치료는 수술, 항암·방사선 병합 등으로도 생존율 향상에 한계를 보여온 만큼, 새 치료 타깃 발굴이 연구계 숙원으로 남아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가노이드 기반 정밀 치료 연구가 확대되고 있으나, 대규모 환자 조직 오가노이드 확보 및 단일세포 전사체 해석을 결합한 난치암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번 연구는 세계 암연구협회가 발행하는 권위지에 게재되면서, 난치암 분야에서 국내 연구의 경쟁력과 실용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환자 맞춤 항암 신약 후보물질 스크리닝, 치료 반응 예측, 임상시험 디자인 등의 응용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오가노이드 기반 플랫폼의 임상적 신뢰성 확보, 의료 데이터 보호 이슈, 향후 보험 등재 및 신의료기술 인정 등 정책적 진입장벽도 해소 과제로 남아 있다.
박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가 두경부암 치료 저항성 극복 전략 수립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실제 환자 생존율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맞춤형 치료와 함께, 표준화된 오가노이드 플랫폼 임상 도입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 성과가 정밀의료 실현과 난치성 암 극복의 전기를 제공할지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