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스테이블코인법 초읽기”…국채 수요 수조 달러로 확대 전망→가상화폐 시장 격변 예고
워싱턴의 늦봄 정경이 무르익어가는 5월, 미국 의회는 가상과 현실의 금융 경계를 다시 그리려는 굳은 의지로 들썩이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초당적 동의 아래 ‘스테이블코인법(GENIUS Act)’의 통과가 코앞에 다가서며, 금융시장은 조용한 긴장과 기대의 기류를 짙게 띠기 시작했다. 정적 흐르는 회의장 안에서는 국채의 번떡이는 미래와 가상화폐 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교차하는 듯한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 즉 미국 달러나 예치 자산에 가치가 연동돼 흔들림을 최소화한 이 디지털 화폐는 이미 2천억달러라는 도달하기 어려운 봉우리를 넘고, 이내 약 2,373억달러까지 시장을 키웠다. 불과 1년 사이 두 배로 불어난 이 거대한 물결은, 탄탄한 담보를 필요로 하는 탓에 미 국채를 주요 버팀목으로 삼는다. 도이치뱅크가 파악한 지난 해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은 28조달러에 이르러, 전통 금융의 거인들인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의 결제 실적을 능가했다.

이번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두 당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으로 부상하며, 상원 토론종결 단계에서 민주당 의원 15명의 찬성을 포함한 초당적 협력 끝에 필리버스터라는 지난한 절차를 벗어났다. 정식 표결이 남아 있을 뿐, 시간은 오롯이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위한 것이 됐다.
법안의 통과가 눈앞에 다가오자, 데이비드 색스 전 트럼프 행정부 인공지능·가상화폐 정책 총괄은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하룻밤 사이 미 국채에 대한 수조 달러 수요가 새로 불붙는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 강조했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그 가치를 일정하게 지켜내기 위해 대량의 미 국채를 끌어들이는 구조이기에, 정책적인 명확성이 제공된다면 국채 시장에 상상하기 힘든 파도가 이는 풍경이 예고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테더(USDT)와 USD코인이 주도권을 나누고 있으며, 이 두 거인만 해도 시가총액 2천억달러 수준의 거대한 존재다. 미국 민주당이 그간 법안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가상화폐 사업 관여로 인한 이해 상충 논란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난해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가상화폐 플랫폼을 설립하고 신규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는 사실은, 정치와 금융, 혁신의 교차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국제 금융계는 두개의 격류가 합쳐지는 결정적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미 국채 시장의 유동성 증가와 달러 기반 가상화폐의 급팽창, 그리고 규제 명확화라는 세 가지 흐름이 겹쳐지면서, 전 세계 자금 순환의 궤적이 재편될 조짐이 뚜렷하다. 규제가 실체화되는 순간,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융산업 역시 이 여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식 표결을 향해 나아가는 워싱턴의 회의장 바깥, 뉴욕과 런던, 그리고 서울의 금융가도 새로운 흐름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법안 통과와 함께 등장할 전혀 다른 질서, 그 변화의 문은 이미 활짝 열릴 준비를 마쳤다는 듯 조용히, 그리고 거대하게 세계를 감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