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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 탄광 83년 만의 문”…시사기획 창 황현택, 진실을 흔든 침묵의 바다→유족의 애절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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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 탄광 83년 만의 문”…시사기획 창 황현택, 진실을 흔든 침묵의 바다→유족의 애절한 기도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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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햇살 아래 고요했던 조세이 탄광의 잿빛 바다, 그 아래 감춰진 어두운 기록이 83년 만에 다시 깨어났다. 시사기획 창은 황현택 기자의 심도 깊은 밀착취재와 함께, 한일 국교 정상화 60년을 의미 있게 수놓으며 바다에 잠든 조선 청년들과 남겨진 유족들의 숨죽인 소원을 담았다. 조심스레 갱구로 들어서는 한국과 일본의 잠수사들, 흔들리는 물빛 속에서 과거의 흔적을 더듬는 손길이 시청자의 가슴에도 먹먹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취재는 지난 4월, 일본 우베시 조세이 탄광 앞에 모인 한일 양국 잠수사, 그리고 유족들의 침묵에서 출발했다. 갱도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들은 위험한 어둠과 싸워야 했고, 위성항법시스템까지 동원해 유해 발굴의 희망을 조심스럽게 좇았다. 무엇보다 유족들의 “단 한 조각의 뼈라도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절절한 목소리가 탐사 현장 곳곳을 채웠다. 이 모든 과정은 ‘기적의 귀향’이란 작은 희망과 맞닿으며, 방송의 서사에 묵직한 감정을 얹었다.

“수몰된 조선 청년들의 기록”…시사기획 창 황현택, 83년 만의 갱구 개방→진실의 무게를 묻다
“수몰된 조선 청년들의 기록”…시사기획 창 황현택, 83년 만의 갱구 개방→진실의 무게를 묻다

일제강점기 조선 청년들의 피와 땀이 스며들었던 조세이 탄광은 1942년 2월 3일, 136명의 조선인과 47명의 일본인이 한순간에 수몰되는 치명적 참사의 현장이 됐다. 회사는 추가 붕괴를 우려해 갱구를 덮었고, 희생자들은 산 채로 역사의 뒤편으로 내몰렸다. 그들의 삶과 이름은 오랜 세월 아무도 묻지 않는 어둠에 방치됐고, 유족들의 슬픔은 세대를 지나며 가슴에 맺혀갔다.

 

하지만 일본 시민단체와 유족의 오랜 노력이 어둠을 뚫는 작은 불씨가 됐다. 일본 현지 시민단체는 생존자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진상규명에 나섰고, 30년 넘게 거리 모금, 유골 반환 운동, 그리고 잊힌 가족 찾기에 온 힘을 쏟았다. 지난해 9월, 버려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갱구는 이 오랜 여정에 새로운 전환점을 찍었다. 이 모든 과정은 한일 간 아픈 역사의 증언이자, 보상과 조사에 미온적인 양국 정부의 무심함을 더욱 부각시켰다.

 

83년이 흘러, 유족의 걸음마저 점점 잦아드는 지금, 피해자의 유해조차 돌아오지 못한 채 바람 속에 머물고 있다. 한일 시민단체와 유족이 손을 잡고 공동 발굴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침묵만이 계절처럼 반복되고 있다. 시사기획 창은 망각의 문을 열고, 오늘을 살고 있는 시청자에게 ‘진실 앞의 양심’이 무엇인지 묻는다.

 

과거와 현재, 응어리진 기록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 방송은 슬픔을 예민하게 견뎌온 유족의 손을 비추며 기억의 무게를 소리 없이 전한다. 황현택 기자와 제작진이 30년간 이어져 온 기록과 4일간의 현장 탐사를 촘촘히 담아낸 ‘시사기획 창’은, 6월 17일 화요일 밤 10시 시청자를 안방으로 초대할 예정이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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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황현택#조세이탄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