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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가위로 조로증 잡는다”…생명연, 세계 첫 정밀 치료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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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가위로 조로증 잡는다”…생명연, 세계 첫 정밀 치료기술 개발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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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유전자 조절기술이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선욱 박사팀이 개발한 'RNA 가위' 기반 치료법은 조로증 등 고난도 유전질환의 원인 RNA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어, 기존의 치료 한계를 뛰어넘는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RNA 기반 정밀 유전자 조절' 기술을 '유전자 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미래형동물자원센터 김선욱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조로증(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HGPS)의 원인 유전자만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혁신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임상 한계를 인정받은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병의 원인만을 정밀하게 표적하는 RNA 편집(RfxCas13d·프로제린 gRNA) 기술을 토대로 한다.

구체적으로, 조로증의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에서 만들어지는 비정상 단백질 ‘프로제린’만을 RNA 단계에서 잘라내는 'RNA 가위'를 구현했다. 이 기술은 DNA를 직접 편집하는 CRISPR-Cas9 방식과 달리, 비정상 RNA를 표적해 잘라내기에 비교적 부작용과 오작동 위험이 적다. 실수로 정상 유전자를 해할 우려가 거의 없고, 잘못 편집하더라도 효과를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높다. 동물실험 결과, 조로증 유전자 보유 마우스에 적용한 RNA 치료법은 피부 위축, 척추 기형, 운동 능력 저하 등 대표 증상을 개선했으며, 심장과 근육 기능 회복 등 생리적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기존 FDA 승인 치료제인 로나파닙(조킨비)은 1회 투여비용이 약 14억원에 달하지만 기대수명을 고작 2.5년 늘리는 데 그쳐, 실질적·경제적 한계가 컸다. 반면 ‘RNA 가위’는 분자 수준에서 병의 근본 원인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법보다 실효성과 안전성 모두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도 RNA 편집 기술 기반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미국·유럽 선진 제약사는 대부분 DNA 수준 유전자 편집이나 단백질 억제제로 집중해왔으나, RNA 조절의 정밀성과 되돌릴 수 있는 안전성 측면에서 RfxCas13d 기반 ‘RNA 가위’가 연구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인간 유전체 편집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지만, 국내외에서는 여전히 유전자 치료제의 안전성 및 식약처(FDA 등) 단계별 규제의 진입장벽이 높다. RNA 편집은 DNA 변형과 달리 비가역적 영향이 적어, 윤리 및 규제 측면에서도 비교적 우호적이라는 이점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Molecular Therapy’ 6월호에 소개돼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RNA 가위 기술은 단순한 조로증 치료를 넘어, 돌연변이 RNA로 유발되는 전체 유전질환의 15% 이상에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욱 박사는 “국소적 RNA 편집은 노화,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 여러 희귀 질환뿐 아니라 노화 과정 제어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산업계와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상용화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RNA 편집 기반 치료기술이 실제 의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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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조로증#rfxcas1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