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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엮어 흐르던 옛삶, 불꽃으로 피어나다”…동강뗏목축제에 모인 일상과 시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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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엮어 흐르던 옛삶, 불꽃으로 피어나다”…동강뗏목축제에 모인 일상과 시간의 환상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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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기억을 떠내려보내려 영월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때 생계와 교통의 수단이었던 뗏목이, 이제는 세대를 잇는 체험이자 산물로 거듭나고 있다. 한강 상류 동강 물길을 따라 펼쳐지는 동강뗏목축제가, 뗏목 타기부터 불꽃놀이까지 일상의 리듬을 바꾼다.

 

현장에선 직접 뗏목을 조립하고 강 위에서 유영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내손안의 뗏목’에서 나뭇가지를 엮는 아이들, ‘뗏목탐험대’에서 생전 강을 건넌 적 없는 이들이 웃음 짓는다. 숙련된 시연자들은 한양까지 이어지던 옛날의 뗏목 여정을 실감나게 재현해, ‘할머니와 손주’가 함께 손뼉을 치는 다정한 풍경도 흐른다. 삼굿시연과 전통놀이, 동네 시장에서 먹는 간편한 음식은 바쁜 도시의 일상과 다른, 느슨하고 포근한 속도를 보여준다.

뗏목 체험부터 불꽃놀이까지…‘동강뗏목축제’ 강원 영월에서 펼쳐진다
뗏목 체험부터 불꽃놀이까지…‘동강뗏목축제’ 강원 영월에서 펼쳐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매년 방문객이 늘어나며, 젊은 가족부터 은퇴한 부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찾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전통 체험과 가족 간 소통’을 축제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푸드트럭과 플리마켓, 청소년댄스대회 등 참여형 이벤트도 지역 공동체를 새롭게 연결한다.

 

트렌드 연구자들은 “지역축제는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살아있는 문화”라고 표현한다. 뗏목이라는 평범한 도구가,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기억을,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도전의 의미가 된다. 드론쇼와 불꽃놀이가 밤을 수놓는 순간, 영월의 물길은 사람살이의 모든 감정으로 다시 빛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도시에서는 잊어버렸던 계절의 맛과 강물의 냄새를 동강에서 다시 찾았다”, “아이와 손잡고 직접 뗏목을 만들어 보니, 진짜 연결된 기분이었다”는 체험담이 이어진다. 축제에 다녀온 이들은 “잠시라도 각박한 일상을 떠나,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뗏목에서 보내는 여름의 하루는 단순한 여흥이 아니다. 지역과 전통, 공동체와 개인의 추억이 물길처럼 이어지며 영월에 오래 남는다. 작고 사소한 체험이지만, 그 속에 삶의 속도가 바뀌고,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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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뗏목축제#영월#뗏목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