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UAE초대형AI데이터센터동맹…30조스타게이트로 글로벌3강노린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가 초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스마트 항만을 축으로 한 전략적 기술 동맹을 공식화했다. 초기 투자만 3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면서다. AI 전용 데이터센터와 에너지믹스 전력망, 피지컬 AI 기반 항만 물류 등 인프라 전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동시에 추진돼 글로벌 AI 공급망과 데이터 인프라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한국의 글로벌 AI 3강 진입 전략에서 사실상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18일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계기에 맞춰 UAE 정부와 대규모 AI 인프라 및 물류 디지털 전환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협력의 정점에는 UAE가 아부다비에 조성 중인 최대 5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있다. 내년 첫 200메가와트급 AI 클러스터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에 한국이 설계, 구축, 운영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AI 데이터 거점 조성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고성능 GPU와 초저지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다수 묶어 하나의 거대 연산 허브로 운영하는 모델이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범용 서버와 스토리지 중심이었다면, 스타게이트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설계가 특징이다. 특히 전력 수요가 극단적으로 높은 AI 연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원자력, 가스, 재생에너지를 통합 활용하는 에너지믹스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 주목된다. 이는 단일 에너지원에 의존해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에서 취약했던 기존 데이터센터와 대비된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력을 통해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해온 AI 인프라 기술과 운영 경험을 글로벌 차원에서 확장하는 승부수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미 블랙록, 오픈AI, 엔비디아 등과의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도입, 클라우드 인프라, 인재 생태계 조성에 투자를 이어왔다. 아시아 AI 수도를 표방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거점형 데이터 인프라와 안정적 에너지, 하드웨어 공급망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고 판단했고, 자본력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UAE와의 전략적 공조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협력의 제도적 틀로는 한국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UAE 아부다비 AI첨단기술위원회 간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가 마련됐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AI 투자와 인프라 구축, AI 공급망 확장, 첨단기술 채택 가속, AI 연구개발을 포괄하는 상위 로드맵 역할을 한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뿐 아니라 그 위에서 구동될 AI 응용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생태계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단순 프로젝트를 넘어 중장기 산업 협력 플랫폼으로 기능할 여지도 있다.
핵심 사업으로는 우선 에너지믹스 기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꼽힌다. UAE 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원전과 가스발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냉각 기술, 전력 수요관리 솔루션과 더불어, 공급망 측면에서는 첨단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의 안정적 조달 체계를 만드는 작업도 연계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과 전력, 배터리, 친환경 솔루션 기업이 동시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AI 스타트업과 글로벌 서비스 기업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GPU 리소스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기후테크 모델 등 다양한 고난도 연산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게는 국내보다 유연한 규제 환경과 풍부한 자본,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서비스를 설계하고 실증할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동시에, UAE 입장에서는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역량을 활용해 중동 AI 허브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두 번째 축인 피지컬 AI 기반 항만 물류 프로젝트도 AI 융복합 산업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피지컬 AI는 센서와 로봇, 자율주행 장비 등 물리적 시스템에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양국은 부산항과 아부다비 칼리파항을 테스트베드 항만으로 삼아 완전자동화 터미널 운영 경험과 피지컬 AI를 결합한 스마트 항만 실증에 나선다. 선박 입항부터 하역, 보관, 육상 운송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은 이미 일부 항만에서 무인 야드트랙터, 자동 크레인, 지능형 항만 운영 시스템을 운용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 예측 알고리즘을 더하면 컨테이너 처리량 예측, 정체 구간 사전 파악, 안전사고 위험 탐지 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칼리파항 실증에서 검증된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이후 중동과 아시아, 유럽 주요 항만으로 확산될 여지도 크다.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과 물류 스타트업에게는 실규모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양국은 AI 거버넌스와 투자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UAE 인공지능특임장관과 함께 연구기관, 기업, 전문가 교류를 촉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국장급 AI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구체 과제를 조율하기로 했다. UAE가 연합국가인 점을 감안해 아부다비를 넘어 두바이 등 주요 토후국까지 포괄하는 AI 거버넌스 협력 채널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환경·데이터·산업 규제가 각 토후국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구조에서 프로젝트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규제와 제도 정합성은 프로젝트 진척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의 사이버 보안 기준, 데이터 보관 위치와 통제 권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환경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항만 물류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장비 운행 허가, 노동 안전 기준, 데이터 공유 범위에 대한 각국의 법령이 서로 다를 수 있어 제도 조율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AI 윤리 기준을 해외 프로젝트와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추가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와 관계 부처는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올해 안에 기관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분야별 워킹그룹을 구성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반도체 공급망, 재생에너지 연계, 피지컬 AI 물류, 연구개발과 인재 교류 등 섹터별로 세부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AI 정책협의체와 워킹그룹을 통해 투자 규모와 일정, 역할 분담, 규제 정비 방향 등이 단계적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한UAE AI 동맹이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전개돼 온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 구도에 제3축을 형성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에너지믹스 기반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항만 협력은 AI 연산과 실제 산업 운영이 결합된 사례라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다. 동시에, 고성능 연산 인프라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데이터와 연산 주권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산업계는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 항만이라는 거대 인프라 프로젝트가 실제 수주와 레퍼런스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와 데이터, 물류를 동시에 아우르는 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기술과 자본, 제도 설계의 균형이 향후 한국 AI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