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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하 낙서, 부산을 덮친 공포의 손길”…꼬꼬무, 미제로 남은 연쇄 아동살인에 침묵→상흔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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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하 낙서, 부산을 덮친 공포의 손길”…꼬꼬무, 미제로 남은 연쇄 아동살인에 침묵→상흔만 남았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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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운 무거운 이야기로 ‘꼬꼬무’가 또 한 번 세상에 잊힌 아픔을 불러냈다. 김종국과 정은지, 임하룡이 리스너로 참여한 '꼬꼬무'는 1975년 부산을 뒤흔든 아동 연쇄 실종과 미제로 남은 충격적 사건을 성찰하며, 조용히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과 상처에 손을 내밀었다.

 

5세 소년 도훈이 손발이 묶인 채 차가운 신문지 속에서 발견되던 그 날, 부산 서구의 시장에는 거대한 침묵과 공포가 번졌다. 사건은 도훈이 가족 곁을 떠난 지 두 시간 만에 시작돼 도시 전체를 패닉에 몰아넣었다. 이후 동네에 남겨진 ‘후하하’의 흔적, 피해 아동 몸에 새겨진 괴이한 낙서와 함께 “범인의 쾌락을 위한 특이한 범죄”라는 서정우 형사의 냉철한 한 마디가 퍼져 나갔고, 정은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끔찍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출처=SBS
출처=SBS

나흘 앞서 발생한 지은이 실종과 살인 역시 비슷한 수법, 비슷한 공포로 이어졌다. 시신이 발견된 곳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남겨져 시민의 불안이 극대화됐다. 다양한 낙서와 “7698”이라는 숫자, 파출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이 범인이라 도발하는 알 수 없는 남성의 목소리까지, 부산 전체는 어둠 속에 갇힌 듯했다. 김종국은 “범인이 상상한 그 낙서조차 소름끼친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 시내는 점차 비늘처럼 굳어버렸다. 부모들은 아이 손을 놓지 않았고, 거리와 학교 앞은 조심스레 밟히는 발걸음만이 가득했다. 조갑제 기자의 증언처럼 경찰과 시민, 언론까지 모두 지명수배 전단과 반상회로 사건 해결을 도왔지만, 범인의 그림자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그 무렵, 세 번째 피해 아동 임재은이 어린 나이로 유괴돼 안타까운 희생자가 되었을 때, 피해 가족과 경찰관 모두 무력감에 휩싸였다.

 

이후 1976년에 발생한 열차 실종 소녀 사건 역시 같은 수법,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반복됐다. 용의인은 부산 영도구 출신이었고, ‘후하하 사건’의 흔적을 여러 차례 따라가 보았지만 끝내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밝혀지지 않은 채, 참혹한 미제로 아물지 못했다.

 

방송 말미, 김종국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고, 장성규는 피해자 부모가 지금까지도 안도하지 못한 시간을 안타까워했다. 서정우 형사의 “범인을 못 잡아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솔직한 사과와 정은지의 눈물은, 모든 희생자와 시민, 그리고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상흔은 지워지지 않는다. 단 한 번, 어린이들을 향해 손을 뻗은 악의 흔적이 모두에게 남긴 충격이 다시 한 번 그 밤을 소환했다. 한편, 부산이 홀로 품고 살아야 했던 오래된 공포와 상실의 역사, 그리고 진실을 좇는 마음은 ‘꼬꼬무’의 화면을 넘어 깊게 번졌다.

 

개성 강한 리스너들과 함께 50년 전 미제 사건을 되짚으며 가슴 먹먹한 실화를 그려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안방을 찾아온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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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김종국#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