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이재숙·김인수, 백세의 봄길”…유랑 캠핑카에서 눈물과 웃음이 스며든다→세 모녀 가족의 재발견
경남 거제의 작은 집에서 백세 어머니 김인수와 칠십대 딸 이재숙은 봄기운에 이끌려 조심스레 여행을 결심했다. 몸이 불편해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김인수를 위해, 이재숙은 모녀가 함께 팔도를 유랑할 계획을 세웠다. 딸의 손을 잡고 떠나는 길 위에서, 가족의 세월만큼이나 무겁고 따스한 이야기가 피어났다.
이재숙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곁을 지킨 맏딸이었다. 부산여중 장학생을 시작으로 보험설계사, 부동산 운영까지 평생을 쉼 없이 달려온 인생. 일흔이 돼서도 공부의 한을 풀겠다며 학사모를 썼고, 지금도 인공지능을 배운다. 그 기개는 모진 세월을 견뎌낸 어머니 김인수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김인수는 밀양 시골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소학교 시절 총명했고, 남편 대신 여섯 남매를 키우며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세 아들의 죽음을 담담히 넘기면서도 자식에게는 다정했다.

네 해 전 뇌경색을 앓은 이후, 김인수는 좀처럼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잦아진 적막 속에, 남은 가족들은 지난날의 상처와 용서를 서로 나누었다. 그런 어머니가 바깥바람이라도 쐴 수 있기를 바랐던 이재숙의 제안은 “잔치 말고, 여행 가자”였다. 캠핑카를 타고 팔도의 친지들을 찾아가는 여정, 여기에 큰딸, 어머니, 그리고 아들까지 합류하며 세 모녀 세대가 한 팀이 됐다.
통영의 다섯째 딸을 만나고, 진천 넷째 아들과 그리운 밀양 산하를 밟으며, 김인수의 기억은 한 세기를 오간다. 침대에서 조심히 몸을 일으켜 방문을 나서는 순간순간, 가족의 일상 속엔 오래 묻은 감정의 매듭들이 천천히 풀린다.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과 서로를 용서하는 시간, 무엇보다 곁에 머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 모녀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여행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다. 팔십, 구십이 넘은 가족이 모여 앉아 밥을 나누는 자리엔 지난 세월이 흘린 긴 기다림과 소박한 기쁨이 있다. 꽃이 핀 봄길, 카메라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일상에 스며든 사랑의 온도를 포착한다. 가족을 따라 흐르는 시간의 강은 세모녀의 눈물과 웃음을 담아, 점점 더 넓은 품으로 흘러간다.
인생의 끝자락에서도 봄꽃향기를 품은 모녀의 여행. 한 세기의 삶과 두 세대의 가족이 함께 만드는 따뜻한 여운이 시청자 마음을 두드린다. 부모와 자식, 그리고 손주까지 이어지는 인간적 사랑의 여정은 KBS1 ‘인간극장’에서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아침 7시 50분에 그 감동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