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86% 대체조제 부정적”…의협, 약화 사고·제도 왜곡 경고
대체조제(약사가 동일성분 다른 제조사의 약으로 바꿔 조제하는 행위) 제도를 둘러싼 의료현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불법 대체조제 실태조사 결과, 대체조제가 실제 진료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며, 제도 자체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업계 내부에서는 약사법상 의무 미이행 시 형사처벌·행정처분 규정에도 의사·약사 간 사후통보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안전망 작동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가 9월 29일부터 10월 19일까지 3234명을 대상으로 ‘닥터서베이’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현행 대체조제 제도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체조제가 성분명 처방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95.7%가 우려를 표명했다. 약사가 의사에게 사전 동의나 사후 통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55.9%에 달했고, 실제로 사전 동의나 사후 통보 미흡 시 보건소 등 관계기관에 신고·조치하는 경우는 2.4%에 그쳤다.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도 36.1%로 나타났다.

대체조제의 핵심은 동일 성분임에도 환자 마다 약효, 부작용 등 반응이 다를 수 있어 의료현장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약사법 제95조에 따르면 약사는 대체조제 시 의사 사전 동의 또는 사후 통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사전 동의·사후통보의무 위반은 최고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다.
특히 현행 시스템에서 사전 동의나 사후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약화사고, 정보 부재 등 부작용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협은 “대체조제로 인한 문제점을 회원 대상 적극 안내하고, 불법 대체조제 처벌 강화와 불이행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 협의한 행정처분 강화, 관계기관 협의체 구성, 신고 활성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약사-의사 간 의사소통과 사후통보 절차를 전자시스템, IT플랫폼 등을 통해 투명화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전자처방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약물 이력, 교환 사실 등을 의료진에 신속하게 자동 전달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아직 실시간 통합 플랫폼 도입이 미비해, 현장 혼선이 불가피한 것으로 진단된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실질적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의사-약사 간 소통 시스템 고도화,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환자 안전성과 산업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대체조제 관리체계 개선 논의가 실제 의료환경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