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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매출 절반이 중국”…네덜란드, 미중 갈등 속 수출 통제 기로→반도체 패권전쟁 어디로
국제

“ASML 매출 절반이 중국”…네덜란드, 미중 갈등 속 수출 통제 기로→반도체 패권전쟁 어디로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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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늦봄 하늘에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던 5월 22일, 네덜란드와 중국의 외교 수장이 마주 앉아 미래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세계 반도체 질서를 뒤흔드는 파동의 기류가 잔물결처럼 번졌다. 핀란드 외무장관 카스파르 펠트캄프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나눈 대화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반도체 수출에 얽힌 이해관계들과 국가안보라는 이름의 경계선이 치열하게 맞부딪혔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완화를 공식 요청했다. 미국 주도의 수출 통제 체제 속에서 유럽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보유하고 있다. ASML이 공급하는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심장이자, 첨예한 미중 기술 경쟁 구도의 한복판에 자리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동안 미국·일본 등과 함께 대중국 수출 허가를 엄격히 제어해왔고, 국가안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웠다.

중국,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완화 요청…ASML 대중국 매출 50% 육박
중국,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완화 요청…ASML 대중국 매출 50% 육박

ASML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 해 50%에 육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트레이드 앤 시큐리티 연구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35% 수준에서 2023년 중반 40% 중반대로 반등했고,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치솟았다. 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네덜란드 기업과 경제도 글로벌 테크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입장은 흔들림이 적지 않았다. 펠트캄프 장관은 “국가 안보 우려와 자율적인 수출 허가 결정은 네덜란드 이익에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로운 무역을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것이 일관된 의제”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2022년 10월 이후 중국 반도체 산업에 극단적인 수출 규제를 부과하며 국제 공급망을 재편하는 가운데, 네덜란드는 그와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두 갈림길에서 서 있다.

 

중국 역시 강경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의 지속적인 수출 규제 강화에 지난 수개월간 공개적으로 우려를 드러냈고, 이번 회담에서도 기술 협력과 정보 소통 확대를 직접 촉구했다.

 

향후 전망 역시 단순하지 않다. 네덜란드 새 내각 출범 이후 첫 중국 방문에서 화해와 현실 사이의 공존이 모색됐지만, 국제사회는 미묘하게 갈라진 시선을 보낸다. 유럽연합(EU) 안에서는 경제와 안보가 교차하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논의될 것이며, 첨단 기술 수출의 국제통제 체계는 한층 집요한 조율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한국 역시 이 거대한 흐름에 예외일 수 없다. 반도체 초격전 시대, 네덜란드와 중국의 외교적 셈법, 그리고 미국의 글로벌 전략은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 질서에 파문을 던진다. 무역과 기술, 그리고 안보의 교차점에 선 작은 나라는, 지금 자국의 미래와 세계 질서의 변곡점 앞에서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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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asml#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