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긴장 고조에 유가 13% 폭등”…정유업계, 실적 악화 우려 증폭→하반기 전망은 오리무중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이 또 한 번 세계 정제 시장의 향방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며 오랜 갈등의 그림자가 짙어진 가운데, 국제유가는 한밤의 등불처럼 불시로 타올랐다. 대기 저편에선 이란이 보내는 불안의 파장과 함께, 세계 석유시장은 긴장으로 숨을 고른다.
정제마진이 2분기 들어 되살아난 듯 했지만, 이 역설적 복원력은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의 전조였다. 복합 정제마진은 4월 첫째 주 2.4달러, 5월에는 6.2달러, 그리고 6월 초에는 7.2달러까지 빠르게 올랐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십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폐쇄되고, 이베리아반도에서는 정전으로 하루 150만 배럴 시설이 멈춰선 여파는 이후 수급 긴장에 불을 지폈다. 여름 휴가철 북반구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연료유와 중동의 냉방 수요가 동시에 오르며 정제마진은 살아났다.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수요 증가가 하반기에도 마진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 조심스레 내다봤다.
그러나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전해진 순간, 국제유가는 하루 새 13% 급등했다. 유가 인상은 산유국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수급 불안과 직결돼, 중국과 인도 시장에도 불안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국제유가 변동은 국내외 정유업계에 단기적인 재고평가 이익을 안길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 원유 도입 비용 증대로 실적 압박이 심화된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기록적 유가 급등 때처럼, 이번에도 한 박자 느린 흑자의 환희보다는, 고유가에 짓눌린 수요 위축의 그늘이 먼저 드리우고 있다.
정유업계는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에 조심스럽게 숨을 죽이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소비 심리 위축, 수요 감소로 번지며, 전방위적 불확실성에 마진은 다시 압박받는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 미중 간 관세 등 복잡하게 교차하는 대외 변수는 유가 흐름마저 예측 불허의 안개 속으로 이끌고 있다.
실제 실적 전망치도 이미 어둡게 물들었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에쓰오일(010950)은 1분기 215억 원 적자 이후 2분기에는 755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분기 1,540억 원 적자가 관측됐으며,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또한 영업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유가까지 출렁이면 석유 수요는 더 크게 줄 수 있다”며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수익성 예측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유가는 오르고, 예측의 시계는 흐려진 채로, 2분기 실적은 더욱 깊은 불안의 강 저편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 세계의 시선은 다시 중동으로 향한다. 지정학과 경제, 그리고 정치가 뒤섞인 유가의 움직임 앞에서, 국제정제 시장은 또 한 번 서늘한 밤을 맞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