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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폭파 내기 문화 확산…유튜브, 디지털자산 리스크 부각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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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에서 채널 삭제를 내기로 거는 이른바 삭제빵 콘텐츠가 늘면서,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리스크 관리 문제가 IT 업계의 새로운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년간 쌓은 구독자와 영상, 광고 데이터가 한 번의 이벤트로 사라질 수 있는 구조가 크리에이터 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플랫폼이 사실상 개인 사업장의 역할을 하는 만큼, 데이터 복구와 안전장치, 책임 규범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삭제빵은 구독자 수나 채널 자체를 내기 대상으로 삼는 방식의 콘텐츠로, 최근에는 격투기 대회, e스포츠, 예능형 콜라보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도 예외가 아니어서, 플랫폼 안에서 축적된 브랜드와 광고 노출, 시청 이력 데이터가 한 번에 삭제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유튜브 정책상 채널 삭제는 일정 기간 내 복구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크리에이터가 직접 삭제를 실행하면 광고주와의 계약, MCN과의 수익 배분 구조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삭제 이벤트가 단기적인 조회수와 화제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크리에이터 경제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와 알고리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구독자 기반과 시청 패턴은 플랫폼 추천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핵심 데이터인데, 대형 채널의 갑작스러운 폭파는 광고 타기팅 성능 저하, 추천 정확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수년간 축적된 영상 메타데이터, 댓글, 커뮤니티 활동 기록은 개별 채널을 넘어 플랫폼 전체의 AI 추천 모델에 영향을 주는 학습 자산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채널을 단순한 취미 공간이 아닌 디지털 사업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랫폼 경제에서 하나의 채널은 브랜드 파이프라인, 고객 데이터베이스, 광고 인벤토리를 동시에 갖춘 가상 점포에 해당한다. 2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의 삭제는 오프라인으로 치면 중견 매장이 갑자기 문을 닫는 것에 가깝고, 그 안에 쌓인 고객 이력과 매출 데이터를 함께 소각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MCN, 제작사, 협찬사 등 연계된 이해관계자들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해외 주요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 보호를 위해 데이터 백업과 복구 옵션을 확대하고, 비자발적 채널 삭제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 본인이 이벤트를 위해 삭제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제도적 개입 여지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계약서에 채널 삭제나 브랜드 훼손 행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도입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 채널에 대해서는 사전 고지와 숙려 기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IT 정책 측면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정의하고 보호할 것인지가 화두다. 최근 가상자산, 게임 아이템, NFT 등에 대해 자산성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크리에이터 채널과 그 안의 데이터 역시 경제적 가치가 큰 무형 자산으로 재평가되는 흐름이다. 법적 자산으로 인정될 경우, 임의 삭제나 파기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보호, 채무 관계, 세제 처리까지 복합적인 쟁점이 뒤따를 수 있다.

 

데이터 윤리 관점에서도 삭제 이벤트가 던지는 질문은 적지 않다. 채널에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뿐 아니라 수많은 이용자의 댓글, 참여 기록, 멤버십 결제 이력 등이 함께 담겨 있다. 크리에이터의 선택이 다른 이용자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소거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플랫폼 내 공적 데이터 공간으로서의 성격과 사적 자산으로서의 권리 사이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용자 동의 범위, 데이터 보관 의무, 복구 요청 권한 등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T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 경제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내기 콘텐츠와 과도한 조회수 경쟁이 더 큰 경제적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널은 크리에이터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플랫폼 알고리즘과 광고 생태계, 시청자 커뮤니티가 함께 구축한 디지털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삭제빵 같은 극단적 이벤트가 일회성 화제에 그칠지, 아니면 디지털 자산 관리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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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크리에이터경제#디지털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