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집약 의료기기”…정부, 9400억 R&D 투입 선언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의료기기 개발이 국가 신성장동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총 9400억 원을 투입해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2기(2nd phase)를 본격 추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4개 부처가 총 9408억 원(국비 8383억 원·민간 1025억 원) 규모의 공동투자 계획을 5일 공식 발표했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의료기기 시장 내 글로벌 경쟁 재편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2기 프로젝트는 기초·원천연구 단계부터 제품화, 임상시험, 인허가에 이르는 의료기기 R&D 전주기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목표는 세계 최초 또는 최고 수준의 ‘게임체인저급’ 의료기기 6건 개발과 인공신장용 혈액여과기 등 13개 필수의료기기의 국산화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다. 특히 AI·로봇 접목 의료기기 등 미래형 혁신 분야에 사업 역량을 집중,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동시에 꾀한다.

이 사업은 2020년 도입된 1기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예비타당성조사(8월)를 통과, 본궤도에 올랐다. 1기에서는 총 467개 과제를 지원해 5년간 국내외 인허가 433건(국내 331건, 해외 102건), 기술이전 72건, 사업화 254건의 실적을 남겼다. 완전 수입 의존이던 혈액여과기 국산화, 세계 최초 AI 기반 뇌경색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성과도 주목받는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기존 수입 중심 의료기기 시장에서 자립화와 세계 시장 진출의 디딤돌로 평가된다.
기술적으로는 딥러닝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 로봇 수술 플랫폼 등 첨단 의료기기 상용화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기존 진단 도구 대비 AI 영상진단기는 데이터 해석 속도를 2배 이상 높여 현장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의료기기 전주기 R&D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신속한 임상 및 인허가, 규제샌드박스 적용 등 상용화 진입장벽도 낮출 방침이다.
시장 측면에선 산업구조 다변화와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병원, 의료기관, 제약사 등 수요기업의 실질적 선택지가 늘어나고, 환자 맞춤형 치료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전 주기적 R&D 지원, 산업-병원-연구소 협력 플랫폼 확대 등 정책 패키지도 병행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의료기기 강국이 이미 AI, 로봇 기반 진단·치료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도 이번 2기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기술력 격차를 단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 상용화에는 식약처 인허가, 임상 데이터 국제 표준 인증 등 각종 규제와 윤리 기준 충족이 관건이다.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 시 FDA(미국 식품의약국), EMEA(유럽 의약품청) 등 해외 인증 절차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분야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투자의 실효성이 현장 도입 속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한 대학병원 R&D디렉터는 “기술 고도화와 현장 수요의 밀착형 연계가 이뤄진다면 의료기기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R&D 지원정책이 실제 의료 현장 및 글로벌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기술혁신뿐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까지 균형 잡힌 접근이 미래 성장의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