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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이 들수록 유전 질병 위험↑”…이기적 정자 연구, 출산 연령 논쟁 불러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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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출산 연령 상승이 자녀의 유전 질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영국 케임브리지 웰컴생거연구소와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정자의 돌연변이와 남성 나이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고령 남성의 정자에서 ‘이기적 정자(selfish sperm)’ 비율이 증가해 심각한 유전 질환의 잠재적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전성 암 등 주요 질환과 연관된 돌연변이 정자의 존재가 연령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하며, 유전자에서 비롯된 자녀 건강 위험에 대한 생식·유전체 분야의 새로운 논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정밀 DNA 염기서열 분석 플랫폼인 나노시퀀싱(NanoSeq)을 활용해 24세부터 75세까지의 건강한 남성 81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30대 초반 남성에서 2% 수준이던 ‘이기적 정자’의 비율은 43~74세 구간에서 3~5% 수준으로 증가했고, 70대의 경우 4.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정자 돌연변이 평가 방법에 비해 대규모 데이터를 세밀하게 도출하는 나노시퀀싱 기반 접근이 연령별 정자 내 유전 변이 분포의 정량적 분석을 가능하게 한 점이 특장점으로 부각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정자 돌연변이 연구의 샘플 한계와 기술 정확도를 보완, 실제로 정자 세포에서 위험 변이가 자연 선택 메커니즘을 통해 더 많이 남는다는 현상을 직접 규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고환 내 정자 형성 과정에서 특정 돌연변이 세포가 상대적으로 증식 이점을 누리게 된다는 점이, 질병 유발 위험성 증가로 직접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기적 정자’의 증가는 미생, 배아 단계에서 유전적 질환 발현 확률을 높일 수 있어, 개인 차원의 출산 나이 결정뿐 아니라 사회적·정책적 영역에서의 건강 리스크 관리 논의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고령 남성 출산과 관련한 유전자 진단 서비스를 도입, 조기 위험 탐지와 데이터 관리에 힘쓰는 중이다.

 

다만 연구진은 “모든 이기적 정자가 실제 임신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며, 자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역시 다양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추가 임상 연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국내외 의료 현장에서는 남성 출산 연령을 고려한 유전체 상담 및 예방적 진단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초정밀 유전체 분석과 유전상담 진료가 정자 돌연변이 기반 질병 예방 분야의 전략적 대안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잠재적 유전 질환 시장, 정자 은행 사업, 생식의학 분야의 정책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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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웰컴생거연구소#이기적정자#나노시퀀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