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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외압 핵심 피의자 영장 모두 기각”…이종섭 등 영장 기각에 특검 수사 차질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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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수사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특검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국방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영장도 같은 사유로 모두 기각 처리됐다.

정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됐고, 피의자들의 가족·사회적 유대관계 및 방어권 보장, 불구속 수사의 원칙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팀은 앞서 이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6개 혐의로 20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2023년 채 상병 순직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되는 것을 막았고,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보직해임·항명 수사 중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등 다른 피의자도 사건 이첩, 회수, 항명 수사 등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신문 과정에서 1천300쪽 의견서와 100여 쪽에 이르는 PPT 자료를 내세워 구속 사유를 적극 피력했다. 이 전 장관의 황급한 휴대전화 교체, 사건 관련 증거 인멸 및 진술 맞추기 정황 등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이 전 장관 측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의자 측은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통화상에서 우려를 표한 건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정상적 판단이었다”며 “장관으로서도 지휘·감독, 최종결정권 범위 내 합법 행동”이라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모두 구체인에 대한 압박·지시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각 결정 이후 정치권에선 양측 해석이 엇갈렸다. 야권은 “법원이 피의자 주장을 수용했다”며 특검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특검 측은 “법리 다툼으로 본질이 희석됐다”며 실질적 수사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일각에선 “출범 3개월 만에 구속·기소 실적이 없는 특검 수사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어지는 수사에서 특검은 추가 증거 확보 및 영장 재청구 검토 등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다만, 이종섭 전 장관 등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가 무산된 만큼, ‘최종 책임자’로 거론돼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법원은 책임 유무 및 혐의에 대해 재판 최종 심리를 주문하며, 특검과 피의자 측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번 영장 기각으로 특검팀 수사 방향, 향후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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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특검#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