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폰 삭제 정황‥증거인멸 수사 초점”…조태용 전 국정원장 압수수색에 정치권 격랑
비화폰 삭제를 둘러싼 증거인멸 의혹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내란·외환수사 특별검사팀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권력 핵심부와 안보 라인을 둘러싼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6일 오전 7시부터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주거지를 포함해 8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공식 브리핑에서 “내란 후 증거 인멸 관련해 조 전 원장 등 관련자 거주지 및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강제수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 핵심 인물의 비화폰(보안 전화기)이 원격 삭제(로그아웃)된 배경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은 통신 내역이 완전히 지워진다는 점에서 ‘보안 조치’란 이름으로 이뤄졌지만 사실상 증거 인멸이라는 의심을 낳아왔다.
홍장원 전 1차장은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그날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기록이 찍힌 비화폰 화면도 공개돼 논란이 확산됐으며, 국정원이 비화폰에 대한 보안 조치 필요성을 경호처에 전달한 뒤 즉각적인 원격 삭제가 뒤따랐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박종준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과 통화한 정황까지 포착했다면서, 비상계엄 관련 증거인멸을 위해 조 전 원장이 직접 비화폰 삭제를 요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조 전 원장을 소환해 비화폰 삭제 경위와 지시 경로, 윤 전 대통령 연루 가능성 등 실체적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 반응도 뜨겁다. 내란 의혹 수사의 칼날이 전직 대통령과 정보기관 고위급까지 향하자 여야는 각기 상반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가안보조직 내 책임소재를 둘러싼 격렬한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검찰과 특검 간 합동수사·자료 공유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조 전 원장은 최근 ‘VIP 격노설 회의 참석 의혹’으로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의 압수수색 대상이기도 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순직해병 특검팀에서 압수한 부분 이외에 별도 압수수색이며, 필요한 자료는 이관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기소 시까지 가족과 변호인을 제외한 접견을 금지했다. 당일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논란이 된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한국명 단현명)와의 구치소 접견 역시 특검 지휘로 무산됐다.
특검의 강제수사와 접견 제한 조치가 연이어 발표되자 정치권에서는 정국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전환점이란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향후 내란특검의 소환 조사와 추가 강제수사, 국회 정치권 공방이 정국 최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