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선 9개월 만에 돌파”…코스피, 엔비디아 호실적·관세 완화 기대에 상승
5월의 끝자락에 접어든 29일, 코스피가 마침내 정체의 긴 강을 건너 2,700선 위에 섰다. 꿈결처럼 성큼 내딛은 이 수직 상승 곡선은 9개월 만에 되찾은 희망의 이정표로 시장에 깊은 감흥을 남겼다.
이날 오전 9시 32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28포인트(1.13%) 상승한 2,700.43을 기록하며 202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700선을 회복했다. 연초부터 꾸준히 쌓아온 매수세가 강력한 동력으로 응집된 순간이었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글로벌 주식 시장을 자극한 엔비디아의 강력한 실적 발표가 자리하고 있다. 밤 사이 발표된 2~4월 분기 실적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8% 이상 급등했다. 엔비디아 밸류체인의 중추를 담당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의 반도체주들도 탄력을 받았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연방법원의 제동에 걸렸다는 소식 또한, 거센 관세 바람에 스러졌던 글로벌 투자 심리에 부드러운 온기를 더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 완화가 시장에는 긍정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매수가 두드러졌다. 오전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59억 원, 기관이 772억 원 순매수를 기록해 시장 랠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1,029억 원 상당을 순매도하며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567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나타냈으나, 현물 시장의 탄력이 살아나면서 전체적으로 우상향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주들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대형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차’, ‘기아’, ‘HD현대중공업’ 등이 눈에 띄는 강세를 이어갔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종목들은 아쉬운 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금융업, 의료정밀 등이 빛났다. 활력을 되찾은 도시의 골목처럼 이들 업종은 활기찬 수치를 기록하며 시장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전기가스와 통신 업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동시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5원 오른 1,380.0원에 거래 개시하며, 글로벌 금융환경의 미세한 출렁임도 함께 전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훈풍이 이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오전 732.30으로 전일 대비 3.51포인트(0.48%) 올랐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338억 원, 63억 원 순매수에 나선 반면, 외국인은 396억 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명암이 엇갈렸다. ‘알테오젠’, ‘HLB’, ‘펩트론’,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돋보이는 반면,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에이비엘바이오’, ‘삼천당제약’ 등 일부 종목은 하락했다.
간밤의 뉴욕증시에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드리웠음에도, 엔비디아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미국 관세 제동 소식이 증시의 맥을 다시 뛰게 한 것이다.
한편, 이날 오전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올해 GDP 성장률 전망, 이창용 총재의 경제 진단이 또 한 번 시장의 물결을 가를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세계증시의 파도 위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과 IT 대형주 실적 발표 등 다가올 주요 이슈에 더욱 귀 기울이고 있다.
여전히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새벽녘 물안개처럼 안팎으로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 속에서 투자자와 기업, 그리고 우리 실물경제는 내일의 기회를 품기 위해 내면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다음 주 예정된 지표 발표와 정책 변화의 행보에 세심한 관심과 준비가 요구되는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