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 음악으로 아이 변화 직조”…50억 기부→새로운 치료의 문 열리다

밝은 소년의 미소에 진심을 싣던 BTS 슈가의 손끝이 아이들에게 새 희망의 선율을 건넸다. 그의 음악에는 항상 교감과 치유가 깃들어 있었고, 그 진심은 오늘 또 한 번 아이들의 세상을 바꾸는 문을 두드렸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청소년을 위한 민윤기 치료센터가 착공되며 슈가의 선한 영향력이 아득한 꿈이 아닌 생생한 현실로 다가왔다.

세브란스병원 제중관 1층에서 열린 착공식에는 단순한 축하를 넘어 특별한 감동이 흐렸다. 슈가는 이번 센터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쾌척했고, 이 금액은 연세의료원 전체를 통틀어 아티스트의 기부로는 전례 없는 규모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나눔의 깊이였다.

슈가의 관심과 실천은 방탄소년단 활동 때부터 이어져왔다. 꾸준한 봉사와 사회적 이슈 참여, 특히 정신 건강과 청소년 우울증에 관한 노력이 이번에는 ‘치료’라는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그는 소아정신과 분야 전문가 천근아 교수와 만남을 이어가며, 자폐 아이들의 생애주기에 맞는, 장기적이고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주목할 점은 슈가가 단순 후원자가 아닌 주도적 동참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MIND 프로그램 개발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단순한 음악치료를 넘어, 음악을 통한 상호작용과 공동체 경험, 사회 구성원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 프로그램은 슈가의 음악적 철학과 시민의식이 절묘하게 맞닿았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슈가는 주말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을 곁에서 만나며 기타 등 악기를 함께 연주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감정과 언어를 음악으로 풀어냈고, 소통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특히 언어치료에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각자 악기로 개성을 드러내며 또래와 협력하고, 감정 변화도 선명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침묵하던 김군도 색소폰을 연주하며 눈빛과 표정으로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었고, 이는 치료사의 칭찬과 관심 속에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놀라운 변화로 이어졌다. 음악은 그들에게 감정을 나누는 또 다른 언어였고, 작은 합주가 거대한 성취의 한걸음이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의학적으로도 주목할 만했다. 언어적 제약을 넘어서 음악이라는 매개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정서적, 심리적 성장을 끌어낸 슈가의 노력과 진정성은 단순한 기부 이상의 울림으로 남았다.

민윤기 치료센터 완공 후에는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된다. 기존 ABA 응용행동분석, 언어치료에 음악을 활용한 사회성 훈련 등도 포괄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 연구와 논문 발표, 매뉴얼 발간 등 검증과 확산이 계획돼 있다. MIND 프로그램은 향후 자립형 음악 프로젝트로 고도화되고, 각 분야 전문가 양성으로 뿌리가 내릴 전망이다.

천근아 교수는 슈가의 “지성적이고 진실된 태도와 성실함”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음악이 자폐 아이들의 독립과 건강한 성장을 이끄는 것, 더 나아가 사회적 편견과 인식 개선까지 그 파급력은 크다고 강조했다.

슈가 역시 “음악이 마음을 여는 창이었다는 걸 실감했다”며 “이 소중한 경험을 시작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티스트이자 어른으로서의 책임이 진하게 스며 있었다.

민윤기 치료센터 설립은 거대 자본의 기부를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티스트가 실질적 변화와 치유의 가치를 수놓아 새로운 사회 공헌 모델을 보여준다. 음악과 손길에서 비롯된 긍정의 물결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인식의 경계까지 넘어설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