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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일어서는 사자’ 작전…이란 군부 수뇌부 피격 사망→중동 확전 신호탄, 핵협상 운명은”
국제

“이스라엘 ‘일어서는 사자’ 작전…이란 군부 수뇌부 피격 사망→중동 확전 신호탄, 핵협상 운명은”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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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에 실려 온 초여름의 밤공기가 막 가시려던 새벽, 중동의 심장 테헤란에는 돌연 벼락 같은 폭음과 붉은 불빛이 덮쳤다. 희뿌연 연기가 도시의 지평선을 희롱하는 그 순간,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군사행동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기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란의 운명을 가를 핵협상이 예정된 이틀 전, 쌓여온 의심과 긴장의 전류가 마침내 실체적 위기로 폭발한 셈이다.

 

2025년 6월 13일 새벽 3시 20분께, 이스라엘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나탄즈 핵시설, 군사 과학자들의 거주지 등 주요 표적을 동시다발적으로 공습했다. 오랜 암전의 시간 끝, 도시 곳곳은 예기치 않은 폭발음에 휩싸였다. 파괴의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이란군 참모총장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아울러 이란 핵개발을 이끌어온 과학자 페레이둔 압바시와 모하마드 테헤란치였다. 군부의 지휘망은 급속히 무너졌고, 그 상흔은 이란 사회 전체에 깊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자욱한 테헤란 거리 /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자욱한 테헤란 거리 / 연합뉴스

이 군사행동은 미국과 이란이 준비 중이던 6차 핵협상 직전, 제재·완화와 군사위협 사이 아슬아슬한 외교 줄타기의 극단이었다. 미국 측에 사전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가 강조하듯 “이스라엘의 단독”으로 이뤄진 점이 더욱 파장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그리고 미국 정치권은 민주당·공화당 대립 속에서 이 사태의 의미를 두고 첨예한 해석을 내놓았다.

 

공습 뒤, 이란은 복수의 맹세와 드론 100여기를 이스라엘을 향해 쏘아올리며 맞불을 놨다. 요르단과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에서 드론 요격전에 돌입했고, 테헤란 하늘에는 곧 민간 항공기 운항 전면 중단과 상공 폐쇄령이 내렸다. 최악의 긴장은 시민들의 일상에까지 칠흑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최소 12명의 민간인이 희생되면서, 피폐한 삶과 절망의 고요 속에 ‘국가간 대립’의 그림자는 한층 짙게 드리워졌다.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는 “지체할 수 없는 핵위기 대응”임을 자처한다. 명분 아래 겨눈 그 화살은 단순한 군사타격이 아니라, 양측간 신뢰와 협의의 끈을 송두리째 잘라내는 단호함이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까지 지목하며 강경 보복을 경고했고, 중동 전체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하지만 무모한 확전 우려에도, 이란의 군사적 보복은 갈수록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계산에 휘말릴 조짐이다.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대리세력은 약화했고, 시리아 정권의 불안정이 이란의 역내 작전 범위를 제한한다. 현대식 장비 부족에 상응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은 장거리 위협 수단으로 의미가 커졌으나, 역설적으로 이란의 직접 군사행동 폭은 제약이 따른다.

 

국제사회는 점점 더 긴장된 눈길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계산과 국제 핵협상 파행 가능성, 그리고 동맹국 이스라엘과의 미묘한 관계 선의 경계선을 재활용하고 있다. 대화와 군사 행동, 보복과 자제의 줄다리기가 중동의 안개 낀 새벽길을 더욱 깊게 드리우는 오늘, 양국의 용광로 같은 충돌에 세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은, 수십 년간 이어온 핵개발과 제재, 외교와 내전, 믿음과 배신의 역사가 오늘날 어디까지 왔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확전의 불씨가 당장 꺼질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역사의 긴 흐름 속에서, 이슬람 황혼 아래 전례 없는 불안과 전율의 시간만이, 중동을 뒤덮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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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핵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