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압박에 첫 칼 뺀 스리랑카”…캔윌 민영화로 본격 구조조정 돌입→국가경제 명운 촉각
초여름이 문턱을 넘은 콜롬보 해안, 스리랑카의 하늘은 깊은 푸름과 무거운 먹구름이 교차한다. 한때 야심차게 내걸렸던 47층 호텔의 반쯤 올라간 골조가 도시의 번영과 좌절을 맴돈다. 침묵의 구조물 뒤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거대한 조건의 바람이 불어오는 오늘, 스리랑카 정부는 캔윌의 주식 매각 결정을 공식화했다.
2011년, 캔윌은 남국의 수도 콜롬보 해변에 458개 객실의 대형 호텔을 띄우겠다는 국민적 약속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시간은 자금난과 긴 외채의 그늘을 드리우고, 프로젝트는 중단된 채 도시와 민심을 방치해왔다.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1억2천만달러의 추가 자금 조달 요구에는 더는 저항할 여력이 남지 않았다.

이번 캔윌 민영화 조치는 아누라 디사나야케 대통령 취임 이후 집권 세력이 내딛는 첫 굳은 걸음이다. 국민경제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 했으나, 대통령도 결국 IMF가 요구한 민영화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IMF는 스리랑카 정부에 52개 주요 국영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매각을 반복적으로 요구해왔고, 캔윌의 매각 결정은 외채 상환 불이행 2년여 만에 나온 상징적 결단으로 기록됐다.
국가부도에 내몰린 2022년 4월, 스리랑카는 460억달러의 만성 외채에 휘청이며 사회 전반의 불안이 엄습했다. 이듬해 구제금융 29억달러를 IMF로부터 받아 연명했으나, 조건은 혹독했다. 국유자산 정리는 ‘구조조정의 서곡’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현지 및 국제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첫 민간 매각을 신호탄 삼아 다른 국영기업의 자산 매각과 경영 개선 등 개혁 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증시, 외국인 투자자 유입, 그리고 민영화에 동반된 사회적 파장이 연쇄적으로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IMF의 구조조정 요구와 대통령의 민심 사이에서, 스리랑카는 아슬아슬한 선택을 이어간다. 국가 경제 운명의 출렁임 속에서, 민영화가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귀환할 수 있을지, 혹은 또 다른 갈등의 서곡이 될지 지역과 세계는 숨죽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