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아래 느긋한 여행”…영암의 여름, 월출산기찬랜드부터 도기박물관까지
요즘은 더위와 흐린 하늘에도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맑은 날씨를 고집했지만, 이제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느긋한 여행이 자연스러운 여름의 일상이 됐다.
전남 영암군은 이날 오후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도 다양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만큼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곳들이 많아 가족 단위는 물론 혼자서 조용히 머물고 싶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가장 인기 있는 여름 명소는 단연 월출산 기찬랜드다. 월출산 기슭에 자리한 이곳은 야외 물놀이장과 찜질방, 숲길 산책로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휴가철이면 아이와 부모, 친구들이 물장구치는 소리로 가득해진다. 흐린 날씨에도 실내외를 넘나들며 시원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문화와 전통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싶다면 영암도기박물관이 손꼽힌다. 토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인의 손길을 따라 직접 도기 만들기를 배워볼 수도 있다. 실내 관람이 중심이라 흐린 날씨나 더운 날에도 부담이 적고, 흙의 냄새와 도자기 빚는 온기에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후기가 많다.
영암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왕인박사유적지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 백제 문화를 전파한 왕인박사를 기리는 이 유적지는 고요한 산책로와 기념관이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흔적을 더듬게 한다. 날씨와 상관 없이 천천히 걷거나 오래 머물기 좋은 곳으로 추천된다.
월출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찰 도갑사는 불교문화의 전통과 고즈넉함이 깃든 공간이다. 조용한 산사에서 은은한 종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즐기는 이도 많다. 울창한 수목과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사색과 힐링에 제격이라는 평이다.
영암호는 걷고 쉬기에 가장 좋은 생태 공간이다. 넓게 펼쳐진 호수와 그 둘레를 따라 나 있는 산책로, 자전거길 덕분에 흐린 하늘 아래서도 시원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물안개가 낀 풍경과 잔잔한 수변 경관은 흐린 날일수록 색다른 감성을 선사한다.
최근 “비가 오거나 흐릴 때가 더 운치 있다”며 이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씨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현대인의 새로운 힐링 방식”이라 표현한다.
댓글 반응도 곱씹을 만하다. “아이들과 실내에서 도자기 만들다가 갑자기 밖으로 산책 나가면 하루가 금세 간다”, “찜질방에서 쉬며 비 내리는 월출산을 보는 게 여름의 별미”라는 이야기들이 공감을 얻고 있다.
영암에서의 하루는 작고 조용한 체험이지만, 익숙한 여름의 틀을 바꾸는 작은 시도이기도 하다. 더위와 흐린 날씨마저 여행의 한 장면으로 만든다면, 올 여름의 기억은 분명 특별하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