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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무역협상 타결 임박”…베선트 미 재무장관 발언에 정부 협상단 방미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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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무역협상 타결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한국 정부의 핵심 협상팀이 막바지 조율에 나섰다. 주요 쟁점인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양측이 세부 사항을 두고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투자 패키지 구성, 외환시장 안정장치 도입 여부 등이 마지막 쟁점으로 떠오르며, 정국이 술렁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과 마무리하려는 참”이라며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집행 방식과 환율 조치 등이 최대 쟁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이미 지난 7월 관세협상을 통해 미국의 대한국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대미 투자 계획을 이행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투자금의 지급 방식에서 큰 견해차가 나타나며, 실무협상은 두 달 반 넘게 이어졌다. 한국 측은 직접 자금 투입은 최소화하고, 신용보증과 대출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희망한 반면, 미국은 일본 사례처럼 현금 위주의 백지수표 방식을 고수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투자처 선정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 원칙,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조정 등을 요구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측의 투자 방식 요구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한미 당국 간 막판 합의에 변곡점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실제 이번 협상 마무리를 위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워싱턴 DC로 출국한다.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투자 양해각서 서명 등 마지막 고비를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 차 워싱턴에 합류해 협상 지원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한국 대외경제·통상 라인의 총력전도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접촉을 위해 이미 미국 현지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질의에서 “미국이 새 대안을 마련해 협상단에 제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양국 모두 최종 합의 의지를 피력하는 상황에서,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의 회동이 이뤄질 경우 투자 양해각서 서명 등 가시적 성과가 공식화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조치가 미 측에 일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국회는 외교·통상 라인의 최종 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정부의 대응 방향을 지적하고 있다. 향후 협상 타결 결과가 한미 경제관계 뿐 아니라 국내 통상정책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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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김용범#한미무역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