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성곽과 생기 넘친 시장”…오산에서 찾은 일상 속 산책의 여유
요즘 오산을 산책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흔히 지나치는 도시였지만, 지금은 역사와 삶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일상의 쉼터가 됐다.
수도권 남부, 잔잔한 형태로 시작된 오산의 하루는 대체로 흐렸다. 9월의 늦더위와 더불어 22도를 보이는 온도, 그리고 90%의 습도 속에서 수분을 머금은 공기와 약간의 비 예보가 주민들의 발길을 조금 더 서두르게 했다. 그러나 그만큼, 시장 골목에는 묵직한 활력과 습기를 머금은 일상이 느껴진다.
오산오색시장은 1792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공간이다. 골목마다 드러나는 과거의 흔적, 그 사이사이 북적이는 젊음과 새로움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돼지고기를 활용한 로컬 음식점들이 깊은 풍미를 전하고, 친절한 상인들, 깔끔한 시설, 곳곳의 문화 체험 부스까지… SNS에는 이런 ‘레트로와 모던이 공존하는 전통시장’ 인증이 자주 올라온다. 맛집 탐방 대신 이곳의 소소한 일상이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런 변화는 가족 단위 방문 패턴에도 나타난다. 도심 속 동물 체험관 ‘오마이주’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많다. 실내에서 실감나게 동물과 교감하는 시간이 마련되면서, 비 오는 날의 무료함도 이 공간 안에서는 즐거운 경험으로 바뀐다. 시설 관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만족도 역시 온라인 평가에서 자주 언급된다.
오산에선 역사의 흐름도 일상과 닿아 있다. 독산성 세마대지. 임진왜란, 권율 장군의 지략이 깃든 고지에 오는 이들은 산책로를 천천히 거닐며 시간을 되짚는다. 성곽 위로 올라서면 오산 시내와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흐린 날씨와 촉촉한 공기, 번잡하지 않은 공간에서 느끼는 고요와 평온이 더욱 또렷하다.
문화 트렌드 연구자 조현진 박사는 “현대인은 길고 복잡한 여행보다, 지금 있는 도시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며 삶을 재충전하려 한다”며 “레트로 감성의 시장, 소규모 체험형 공간, 산책로 탐방이 대표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요즘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일상의 쉼표가 생긴다” “시장 골목도, 작은 동물원도 오산의 새 얼굴”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삶과 역사가 포개진 일상, 그리고 그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여유. 작고 사소한 산책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