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법 충분히 숙의"…더불어민주당, 본회의 상정 시점 늦추고 수정 검토
사법개혁을 둘러싼 갈등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략 조정이 맞붙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고수하면서도 본회의 상정 시점과 세부 조항 조정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핵심 과제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을 제시해 왔으나,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된 위헌 논란을 반영해 처리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 본회의 상정이 거론됐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이달 하순으로 시점이 조정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개혁 법안 처리 시점과 관련해 오는 20일 이후 본회의 상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하며, 법안 내용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처리는 2차 본회의에서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협의를 전제로 11∼14일, 21∼24일 두 차례에 걸쳐 본회의를 여는 방침을 세워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본회의 상정은 21∼24일 즈음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두 번째 본회의 안건으로 배치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쟁점은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법무부 장관의 추천위원 참여 조항을 손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해당 조항을 두고 정부의 재판권 관여 소지가 크며 위헌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된 상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부 논의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검사 편에 설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하게 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 시각을 소개하며, 이런 이유로 장관을 추천위원에서 제외하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 참여는 법안의 핵심이 아니라며, 추천위원 구성에서 법무부 장관이 빠져도 괜찮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함께 대법관 증원법, 4심제 도입법, 법원행정처 폐지법 등 다른 사법개혁 법안 처리 구상도 함께 조율하고 있다. 특히 이날부터 사흘간 대법원이 개최하는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각 법안의 추진 속도와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각 법안이 계류 단계와 쟁점 정도가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 공청회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확인하면서 법안별 논의를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사법개혁 법안부터 순차적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정치권에선 공방이 덜한 법안부터 본회의 문턱을 넘기면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조절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비롯한 사법개혁 법안 추진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사법부의 책임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김기표 원내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국 법원장회의와 전국 법관대표회의 등 사법부 내부 회의를 겨냥해 강한 어조를 사용했다. 그는 이런 회의들이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개혁 열망에 저항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사법부가 과거에도 개혁 논의 때마다 무력시위로 대응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만큼은 그런 방식으로 개혁 논의를 비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 배경을 국민 여론과 연결했다. 그는 사법부가 내란 청산을 바라는 국민 염원을 외면했기 때문에 별도의 재판부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기득권 지키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내란 사건을 어떻게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리할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러한 행보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을 조정 가능한 조항 수정보다는 사법부 책임론과 결부시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동시에 여당과의 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연내 사법개혁 법안 처리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사법부의 반발과 헌법적 쟁점 제기는 향후 헌법재판소 심판 가능성까지 내다봐야 할 변수로 꼽힌다. 법무부 장관 추천권 삭제 등 일부 조항 수정을 통해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더라도, 재판부 구성을 국회 다수당이 설계했다는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달 하순 본회의 일정을 앞두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관련 법안을 둘러싼 협상 구도를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정안을 토대로 강행 처리에 나설지, 여야가 절충점을 모색할지에 따라 정국의 긴장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정치권은 사법개혁 법안을 고리로 사법부와 입법부, 여야 간 정면 충돌 양상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달 말 본회의 표결을 정국 분수령으로 바라보고 있다.
